“제게는 한 가지 꿈이 있다. 그것은 후배들이 새 시대의 첫차를 타게 하는 것이다.”
지난 9일 취임한 이병한 오마이뉴스 뉴스게릴라본부장(편집국장)은 취임 직후 사내게시판에 위와 같은 글을 올렸다. 올해 나이 45세. 다소 이른 나이에 국장직에 오른 그는 “새 시대의 맏형이 될 지 구 시대의 막내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게 오마이뉴스 창간멤버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역할”이라며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18년간 익숙했던 길을 벗어나 오마이뉴스가 새로운 길에 들어섰다”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오마이뉴스는 지난 13일부터 책임부서장제를 시작했다. 책임부서장제는 본부장의 권한과 책임을 각 부서장에게 나눠주는 제도로, 부서장이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 기자들을 함께 관할하는 제도다. 그러기 위해 오마이뉴스는 최근 기능별로 분리돼 있는 부서를 재조직해 취재기자, 편집기자, SNS 담당자 등을 한 부서에 배치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 본부장은 “그동안 취재와 출고, 배치, 바이럴 등 전 과정이 여러 부서의 분업을 거쳐야 했다면 이제는 한 부서 내에서 완제품이 나올 수 있도록 만들었다”며 “정치, 사회경제, 문화, 지역공동체, 연예 등 7개로 부서를 나눴다. 정치 분야 오마이뉴스, 문화 분야 오마이뉴스처럼 작은 오마이뉴스가 여러 개인 구조”라고 말했다.
그가 변화의 방식으로 책임부서장제를 고른 것은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뉴미디어 시대에 정작 오마이뉴스 내부 구조는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 본부장은 “2000년 4명으로 시작한 오마이뉴스에 현재 110여명이 있고 편집국에만 80여명이 일하고 있다”면서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민감성이나 기동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크기는 뗏목에서 보트 정도로 커졌는데 움직이는 건 큰 범선처럼 느려져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한 방편으로 이 제도를 채택했다”고 말했다.
물론 그는 책임부서장제를 무조건적인 ‘정답’으로 보진 않았다. 이 본부장은 “책임부서장제는 부서장 성향에 따라 많은 것들이 좌우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며 “부서 내에서 자연스럽게 전수되는 것들이 없어 교육 측면에서도 문제점이 있다. 업무가 중복될 수 있고 당직이나 야간 체계 역시 새로운 조직에 맞게 바꿔야 해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제도 시행으로 얻을 것이 더 크다고 봤다. 오마이뉴스 구성원의 위기의식이 이 본부장이 생각했던 것 이상이어서다. 이 본부장은 “올해 초 진보언론 논란을 비롯해 오마이TV 방송 중단 사태가 일어날 당시 외국에 나가 있었다. 돌아와서 보니 내부 상황이 바깥에서 보던 것보다 심각했다”며 “그러나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 건 구성원들 간 위기의식 공유가 잘 되고 있어서였다. 지금 급속한 변화가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는 이유는 모두 위기의식의 공유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가 본부장으로 취임한 후 개인면담을 진행했을 때 구성원들은 그가 말하기도 전에 먼저 ‘위기’를 얘기했다. 이 본부장은 이 위기를 잘 극복하는 것이 앞으로 자신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만으로 17살의 오마이뉴스가 올해 초 맞은 위기들은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모두 20살 성인 오마이뉴스가 되기 위한 질풍노도의 과정이었다”며 “좀 더 성숙하고 믿음직한 오마이가 되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