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도 저널리즘…인력투자 인상적"

영국 톰슨로이터재단서 40일간 디지털 단기연수
김주성 한국일보 기자·김민성 한경 뉴스래빗팀장

영국 톰슨로이터재단 앞에서 김민성 한경닷컴 뉴스래빗 팀장(왼쪽)과 김주성 한국일보 미디어전략실 기자.  고품질 콘텐츠, 윤리, 정의, 명성, 신뢰. 저널리즘을 이루는 키워드다. 그런데 한국 디지털 미디어 환경과는 동떨어져 보인다. 너무 이상적인 가치여서 실현하기 어려운 걸까. 최근 영국 톰슨로이터재단에서 연수를 받고 온 김주성 한국일보 미디어전략실 기자와 김민성 한경닷컴 뉴스래빗 팀장은 “오히려 이상적인 것이 현실적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들을 포함한 기자 8명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지난 10~11월 40여일간 영국 톰슨로이터재단으로 ‘디지털 미디어 전략경영 과정’ 단기연수를 다녀왔다. 실제 디지털 전략을 세우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두 기자에겐 끊임없는 고민과 토론의 시간이었다.


직접 마주한 영국 언론의 현실은 한국처럼 녹록지 않았다. “거기도 뉴스는 무료라는 생각이 팽배하더라고요. 길거리에서 신문 가판대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김민성) 그나마 있는 가판대엔 신문 대신 기념품이 쌓여 있었다.


종이신문이 쇠락하는 모습은 같았지만 영국 언론의 디지털 시대 접근법은 한국과 달랐다. 속보나 자극적인 뉴스가 아니라 그간 쌓아온 명성과 신뢰, 좋은 콘텐츠, 언론으로서의 가치를 디지털 공간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눈에 띄는 차이는 디지털에서도 저널리즘, 윤리 같은 기본을 지킨다는 겁니다. 원론적인 이야기인데 우리 언론 현실에선 지키기 어렵잖아요. 역시 기본이 가장 중요하구나, 다시 한 번 확신을 갖게 됐죠.”(김주성)


디지털 뉴스룸 운영전략 강의에서 ‘윤리’가 핵심 주제로 언급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 기사를 써야 하나, 주제를 어떻게 잡아야 하나, 돈을 벌어야 하느냐까지 뉴스룸의 모든 일을 윤리적으로 결정하라는 것이다.


“언론사는 사기업이지만 언론이기 때문에 공익적 가치와 정의, 윤리에 부합하는 판단을 해야 한다는 거죠. 이걸 ‘맘 테스트(mom test)’라고 표현했어요. 엄마가 봤을 때 뭐라고 하지 않을까, 내가 엄마라면 시킬 수 있을까를 윤리적 관점으로 생각하는 것. 그래야 구성원과 이용자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죠.”(김민성)


연수 과정에서 두 기자가 특히 주목한 것은 디지털 인력에 대한 투자였다. “가디언에는 기자가 400명인데 개발자, 분석가, 디자이너 등 기술자가 500명이라고 합니다.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디지털에서 이 상품을 어떻게 포장하고 유통하는지, 이용자의 반응을 분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거예요. 살아남으려면 선택을 받아야 하니까 디지털 인력에 투자할 수밖에 없죠. 우리 언론도 그걸 알았으면 좋겠어요.”(김주성)


김 팀장도 인색한 투자와 함께 한국 언론의 경직된 문화가 디지털 전환에 발목을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선후배 사이에서 ‘노(No)’라고 말하지 못하는 자세가 생산적인 토론을 막는다는 강연 내용이 인상 깊었다고 설명했다. 또 디지털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각 언론사의 1군 기자들은 치열한 디지털 전장이 아닌 후방에 있으며, 그 자리를 계약직과 알바생이 대신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2~3년 전부터 한국형 뉴스 실험 모델들이 생겨났는데 이제 다들 정체기가 온 것 같아요. 이들이 뿌리를 깊게 내리기 위해선 적절한 투자와 새로운 보상방식이 필요합니다. 연수 때 AFP 출신 언론인 데니스 요(64)가 한 말이 기억에 남아요. ‘돈과 트래픽에 신음하는 한국의 젊은 언론인들은 미래를 위해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저희의 고민은 더 커져갑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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