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야후가 당시 17세 소년 닉 달로이시오가 만든 뉴스 요약 애플리케이션 ‘섬리(Summly)’를 사들여 화제가 됐다. 인수가는 약 3000만 달러(330억원) 수준으로 추정됐다. 야후가 섬리를 사들인 것은 모바일에서 긴 글을 짧게 요약해주는 서비스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모바일 시대, 요약의 욕구는 본능에 가깝다. 독서율은 하락하지만 책 감상평을 들려주는 ‘북튜버’가 인기를 끈다. 긴 기사를 스크롤을 내려 끝까지 읽지 않는 사람들의 이목을 잡아끌기 위해 뉴스를 보기 좋게 요약한 카드뉴스 등의 포맷이 개발된다. 스마트폰에서 한 번의 손짓으로 떠나버릴 수 있는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한 시도는 계속 이뤄져 왔다.
뉴스도 본격적인 요약의 대상이 됐다. 양대 포털이 뉴스 요약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언론사가 쓴 기사를 전재하는 것에서 나아가 단 세 문장으로 요약해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기능을 도입한 것이다. 네이버는 이름도 ‘요약봇’으로 지었다. 지난달 27일부터 칼럼과 동영상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사에 요약봇 기능을 제공했다. 다음은 지난해 11월부터 일부 기사에 자동요약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세 문장’을 누가 어떻게 고르냐이다. 양대 포털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주요 세 문장을 자동 추출해 요약한다고 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요약봇’은 이세돌을 이긴 알파고 만큼 똑똑하지 못한 듯하다. 네이버는 칼럼·동영상 등을 제외한 거의 모든 기사에 요약봇을 적용하고 있지만 양측의 입장이 대립되는 사안을 다룬 보도를 한 쪽의 입장만 실어서 요약한다든가, 기획 기사나 인터뷰 등의 기사는 제대로 요약하지 못하고 있다. 요약이 아니라 ‘왜곡’에 가까운 내용도 종종 보인다. 네이버 측은 “인공지능은 시간이 갈수록 고도화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현 단계에서는 내용적 완성도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 근본적 문제는 포털이 도입한 ‘기사 요약’ 기능에 기사의 생산자인 언론사와 기자가 소외되어 있다는 것이다. 양대 포털은 기사 요약 서비스를 도입할 때 언론사와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 또한 요약 결과물이 원본 기사의 취지와 내용을 크게 훼손하는 경우도 있지만, 잘못된 내용으로 인한 오해를 누가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포털이 뉴스 소비를 독점하고, 기사의 선택과 배열 등에서 편집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논란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하지만 포털이 독자들을 위한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한 것을 비판만 하는 것도 옳지 못하다. 플랫폼 주도권을 포털에 내준 상황에서, 언론사가 자신의 플랫폼으로 독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 개발에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언론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시도했어야 한다”는 언론계 전문가들의 일갈은 그래서 뼈아프다. 미국의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의 창업자 짐 반더하이는 최근 모바일과 소셜에 최적화된 뉴스사이트 엑시오스(Axios)를 창간했다. 뉴스를 마치 보고서처럼 핵심을 추려 정리해 제공하고 있다. 떠나는 독자를 붙잡기 위한 혁신과 시도는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요약봇’이 성공한 서비스가 될 지 실패한 서비스가 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지금과 같이 잘못된 요약을 많이 제공한다면 독자들로부터 외면받는 실패한 서비스가 될 것이다. 기사가 넘치는 시대에 필요한 것은 긴 글을 요약하는 게 아니라 정말 관심있고 필요한 기사를 찾아주는 서비스라는 지적도 나온다. 모바일 시대의 변화된 언론 환경, 새로운 뉴스 소비 행태에 적응하고 독자들을 사로잡기 위해 언론사 스스로 혁신과 실험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