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 방중 기간 중 중국 공안(경찰)의 통제를 받는 보안업체 직원이 순방단 일원인 한국 사진기자 2명을 폭행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취재현장에서 왕왕 벌어지는 드잡이 수준이 아니라 다수의 보안요원이 기자들을 끌고 가 쓰러뜨리고 구둣발로 발길질을 하는 등 폭행을 가했다. 발길질을 당한 매일경제신문 기자는 눈 근처 뼈가 함몰되는 중상, 완력에 밀려 바닥에 내쳐진 한국일보 기자는 등과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입원한 상황이다.
현재까지 국내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하면 당일 현장은 비표(秘標)까지 단 기자들을 무리하게 통제해야 하는 경호상 급박한 상황도 아니었고, 한국 기자들이 무리하게 취재를 강행하거나 보안요원들을 먼저 자극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중국 측 보안요원들은 단순한 통제 수준이 아니라 “손대지 말라”는 외침도 외면한 채 무자비한 폭행을 가했다.
주중 한국대사관 측은 행사장이 혼잡하기는 했지만 과잉취재가 아니라 과잉경호가 이뤄졌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 사태가 일부에서 주장하듯 문 대통령의 방중에 대한 중국 측의 의도적 ‘홀대’에서 비롯된 일인지, 아니면 한중 경호 당국간 사전 조율 실패에서 비롯돼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인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언론 자유’라는 보편적 가치에 대한 중국 측의 몰이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폭거라는 점은 명백하다.
정작 당황스러운 일은 사태 이후 국내 일부 여론이다. 인터넷 여론을 보면 오히려 폭행당한 기자들이나 언론사의 책임을 묻는 의견이 많다. ‘취재 기자들이 보안요원들을 자극해 폭행 사태를 유발했고, 대통령 순방 성과를 묻히게 했다’, ‘평소 국내에서 기자들의 행태를 보면 먼저 대통령의 안위를 위협할 수도 있는 과잉취재를 했을 게 틀림없다’ 같은 억측과 예단에 근거한 주장들이 오히려 피해 기자(언론사)들을 가해자로 만들고 있다.
언론의 그릇된 관행과 행태에 대한 비판과 질책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지만 문 대통령의 방중에 대해 애초부터 비판적이었던 일부 언론의 논조에 대한 대통령 지지자들의 강한 불만까지 겹치면서 ‘중국 측의 자의적·과잉경호에 의한 취재기자 폭행’이라는 사태의 본질이 훼손되는 양상이다.
특히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비난이 이어지면서 기자 사회는 참담하다. 여기에 사정을 잘 알만한,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나 경찰 내 인권문제를 제기해왔던 장신중 경찰인권센터소장 같은 인사들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중국 경호원의 제지도 무시하는 한국 기자단의 높은 취재열기”라고 비꼬거나 피해 기자가 속한 언론사의 사과와 기자 징계를 요구하는 궤변으로 불필요한 논란을 부추기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점은 이런 주장들이 자칫하면 취재의 자유를 제약하고 이는 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라는 언론의 존재가치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는 점이다. 언론의 문제점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은 반드시 필요하고 언론이 이를 성찰해 문제점을 개선한다면, 권력과 언론간에는 건강한 긴장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민주주의라는 헌법적 가치를 튼실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정파적인 태도로 권력에 대한 호오(好惡)를 잣대로 감정적이고 자의적으로 언론을 비난하고 압박한다면 이는 시민-권력-언론간에 소모적 대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비판 받지 않는 권력이 부패하는 일이 만고의 진리라는 점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일방적 피해를 당한 언론으로서는 다소 억울할 수 있지만, 한국 언론은 이번 사태를 계기 삼아 민주 언론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가 얼마만큼 높아졌는지를 진지하게 성찰하고 스스로 권력화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