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방중 외교를 두고 참 말이 많다. 외교가 국가의 존립에 매우 중요하니 관심도 많고 평가도 다양할 수 있다. 그렇지만 최근 일부 언론이 보여주는 모습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가장 논란은 홀대론과 성과론이다. 방중 외교의 성과 여부는 언론으로 보면 매우 중요한 기사거리다. 그런데 홀대론은 뭘까? 홀대론이 갖는 어감을 고려하면 결국 강대국으로부터 대접받느냐 여부를 따지는 사대외교 의식의 발로일 수도 있다. 일반인들의 정서는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언론은 달라야 한다. 외교는 그 성과로 따질 문제다. 사드 배치 문제로 야기된 한중관계의 냉각이 우리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이 컸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번 방중 외교에서 냉각된 한중관계가 해소됐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따라서 외교성과에 관해 엄밀하게 따져야 하고, 그에 관해서는 언론들이 다양한 해석과 평가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부분에 할애된 기사에 비해 정치권의 홀대론을 중계하는 기사의 비중이 과연 적절했는지는 반문해볼 필요가 있다.
외교에서 의전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의전이 그 내용을 대체할 수는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각국 정상의 극진한 대접을 받고, 의상을 뽐내며, 일국의 정상답지 않게 공식석상에서 약간의 그 나라 말을 언급한 것을 자랑스럽다는 듯이 대서특필했던 언론들이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성과를 있는 그대로 평가했는지 의문이다. 마찬가지로 지금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외교성과 역시 있는 그대로 평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홀대론에 불을 지핀 것 중 하나는 ‘혼밥’이다. 문 대통령이 서민 식당에 가서 일행과 아침을 먹었는데 이는 중국에서 대접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방중 계획의 일부라는 청와대의 설명이 없더라도 만약에 약속이 없어서 쓸쓸하게 먹을 거면 호텔에서 기자들과 함께하겠지 많은 눈이 있는 서민 식당에 일부러 가겠는가? 언론이 최소한의 정치 감각을 가지고 있다면 이를 홀대론의 연장선에서 해석할 여지는 없었다. 언론이 정치 감각이 없지 않다면, 결국 정치권의 홀대론을 그대로 중계하는 관행을 되풀이하는 것이거나 특정한 의도가 개입된 왜곡기사일 수밖에 없다. 2016년 오바마가 베트남 방문 시 서민 식당에서 식사한 ‘정치적 행위’를 우리 언론은 어떻게 평가했는지 반문해볼 일이다.
홀대론 주장의 또 하나의 근거는 기자 폭행 건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코트라 행사에 들어가려던 기자들과 진입을 막던 중국 경호원들이 충돌하며 기자가 넘어지고 흥분한 경호원이 기자를 발로 찬 사건이다. 폭력은 옳지 않고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그것이 홀대론으로 비화할 수 있는 사건인지는 의문이다. 소통의 부족일 수도 있다. 소통이 안 되는 상황에서 중국 경호원이 한국 대통령 방문 상황이기에 함부로 했을까? 폭행에 해당하는 부분은 법적 절차를 밟아 처리해야 하겠지만, 이게 홀대론의 근거가 될 수 있을까?
사실 이전 대통령 시절 언론이 일정 부분 자유롭지 못했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지금 정부도 언론이 호의적으로 기사를 써주기를 바랄 것이기에 기자들이 압박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전보다 상대적으로 기사를 자유롭게 쓸 수 있음은 기자들이 가장 알 것이다. 그렇다면 기자들에게 지금은 이전에 잃었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사실과 진실에 근거해 냉정한 비판으로 신뢰를 회복해야 할 시기다. 변상욱 CBS 대기자의 말대로 언론 생태계가 변하고 있는 지금 기자들은 존재 자체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현실이다. 정치권의 발언을 ‘생중계’하거나 단순히 보도자료를 옮기는 행태를 벗어나, 진정성 있는 콘텐츠로 기자의 존재이유를 입증해야 할 절체절명의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