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브렉시트 여론 조작’ 스캔들

[글로벌 리포트 | 영국]김지현 골드스미스 런던대 문화연구 박사과정

김지현 골드스미스 런던대 문화연구 박사과정 | 2017.12.20 14:49:49

김지현 골드스미스 런던대 문화연구 박사과정 러시아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난해 영국을 뒤흔든 브렉시트 투표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후 두 달이 지났다. 하지만 그에 대한 영국 의회의 진상조사가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사건의 중심에 있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미국 상원을 대할 때와는 딴판으로 소극적으로 협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러시아 인터넷조사기관(Internet Research Agency·IRA)이수백 개의 허위 계정을 통해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게시글 및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대거 배포했다는 주장이 처음 제기됐다. 영국 내에서 그에 빠르게 반응한 것은 대학들과 언론들이었다.


먼저 영국 에딘버러 대학의 연구진이 러시아 정보기관의 트위터를 이용한 미 대선 개입 의혹이 조사되는 과정에서 트위터가 미국 상원 측에 제출한 2752개의 계정 목록을 분석, 그 중 419개가 브렉시트를 찬성하는 글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자체적으로 조사팀을 꾸려 이 허위 계정들 중 29개의 계정들에 의해 작성된 73개의 ‘가짜뉴스’가 ‘텔레그래프’와 ‘메트로’ 등 영국의 보수지들에 의해 인용된 사실을 추가적으로 밝혀냈다. 러시아 댓글부대의 손장난에 영국 언론마저 속아넘어갔으니,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프로파간다 활동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았음이 분명해진 셈이다.


옥스퍼드 대학 연구진은 나아가 러시아의 여론 조작이 트위터에 멈췄을 리 없다며 페이스북과 같은 다른 소셜미디어 플랫폼으로 조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러한 여론을 받아들여 영국 하원의 디지털·문화·미디어 및 스포츠 위원회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들에게 공식 서한을 보내 러시아 정부의 지원을 받는 정보기관들이 보유한 계정들과 게시글을 수집해 자신들에게 직접 제출하라고 지난달 17일에 요청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미국에 본사를 둔 이들 소셜미디어 회사들이 제출한 자료의 양은 충격적으로 빈약하다. 지난 13~14일 양일에 이뤄진 영국 일간지들의 보도들을 종합해보면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제출한 자료는 브렉시트 기간 동안 러시아 정부와 관련된 기관들이 공식 채널을 거쳐 이들 플랫폼에 유료로 게시한 광고성 글들이 전부다.


페이스북은 러시아 정부의 자금지원을 받은 인터넷조사기관(IRA)과 관련된 계정들이 브렉시트 캠페인 기간 중 4일 동안 3건의 광고성 글을 제작하였으며, 이는 불과 200명의 영국 내 페이스북 이용자들에게만 노출되었다고 공식적으로 답변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트위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러시아 국영방송사인 러시아 투데이가 1000달러를 조금 넘게 들여 트위터를 통해 6건의 광고성 게시물들을 게시한 사례만을 답변서에서 언급했다. 결국 이들 소셜미디어 회사들이 영국 의회에 제출한 자료는 9건의 광고성 글들이 전부였던 것이다.


이러한 소셜미디어 회사들의 불성실한 태도에 영국 정치권은 “완벽하게 부적절한 대응”이라며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앞서의 디지털·문화·미디어 및 스포츠 위원회를 이끄는 데미언 콜린스 보수당 의원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영국 의회의 요청에 “실질적으로 답변하지 않았다”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여기서 상기할 점은 페이스북은 미국 상원이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에 관한 조사에서 허위 계정들을 조사해 보고하라고 요청했을 때는 러시아 기반 인터넷조사기관이 운영하는 470개의 계정 목록을 제출했다는 것이다. 전술했지만 트위터 역시 같은 요청에 2000개가 넘는 계정들을 넘긴 바 있다.


영국 하원은 이번에 두 회사가 제출한 계정은 미국 측에 넘긴 자료들에 이미 포함돼 있었다며, 이들이 브렉시트와 관련한 추가적인 조사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 콜린스 보수당 의원은 특히 “트위터가 우리와 공유한 정보는 완벽하게 부적절한 것”이었다며 지난 14일 가디언과 인터뷰를 통해 잘라 말했다. 영국 하원은 트위터 측에 영국 언론과 연구진들이 분석한 정보 이상을 내년 1월15일까지 추가로 제출하라고 통보한 상태다. 이들의 신경전에 러시아 정부는 한 숨 돌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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