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과거 정권에서 실행된 ‘언론사 정부광고’의 실태 조사를 지시한 가운데, 정부 광고가 매체에 따라 편향적으로 집행된 정황이 드러났다. 기자협회보가 지난 18일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실에 의뢰해 단독 입수한 ‘주요 언론사 정부광고 집행 현황 자료(2003~2016년)’<표 참조>에 따르면, 정권에 따라 언론사들의 정부광고 비중이 큰 차이를 보였다.
먼저 해가 거듭될수록 정부광고 집행 규모가 급격하게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노무현 정부 출범 첫해인 지난 2003년 600억원 가량이 정부광고로 집행됐는데, 해마다 늘더니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2008년에는 두 배인 1200억여원으로 껑충 뛰었다. 취임 초기 2013년에 1450억여원이었던 박근혜 정권 때도 지난해 1700억여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언론사에 대한 정부광고는 정부기관이 직접 매체를 선정하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광고를 대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최근 언론재단을 거치지 않고 언론사와 정부가 직거래하는 협찬이 활발해진 점을 감안하면 실제 정부의 광고비 지출은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말 잘 듣는 언론에 광고를 몰아줘서 정부가 원하는 보도를 하게하고, 정부비판적인 언론사에는 광고 집행을 줄여서 보도를 무력화하는 ‘당근과 채찍’ 방식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집행 내용을 보면 이명박 정부 때는 △녹색생활실천(환경부) △FTA(기획재정부) △핵안보정상회의(외교부, 문화체육관광부)와 관련한 광고가 가장 높은 단가로 집행됐다. 박근혜 정부 때는 △희망의새시대 캠페인 △문화융성 △통합과희망 캠페인 △규제개혁을 통한 경제활성화 등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집행된 광고가 주를 이뤘고, 금연캠페인(보건복지부)도 집행금액 상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정권별로 선호하는 언론사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노무현 정부(2003~2007년) 당시 중앙일보는 매해 42억~55억원 수준의 정부광고를 받으며 종합일간지 가운데 1위였다. 이명박 정부(2008~2012년) 때는 해마다 66억~92억원을 받은 조선일보가 줄곧 선두를 유지했다. 반면 박근혜 정권은 동아일보에 연간 80억~95억원을 지원하며 대표적인 보수지로 꼽히는 중앙, 조선에 비해 더 많은 비용을 할애했다.
상위권과 하위권 매체 간의 격차도 해마다 벌어진다. 발행 부수·열독률 등을 고려하더라도 대형 언론사에 지나친 ‘쏠림 지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동아와 중앙, 조선 등이 각각 연 기준 30억~90억원대의 광고를 받았지만, 세계일보와 국민일보, 내일신문 등은 매해 9억~30억원대에 그쳤다.
최진봉 교수는 “정부 광고는 국민 세금으로 집행되는 데다 정책홍보를 목적으로 두고 있는 만큼, 상업광고처럼 단순히 부수가 좀 더 많다는 이유만으로 일부 언론사에 몰아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다양한 계층과 연령 등의 접근이 가능해야 하는 만큼 중소형, 지역 언론사에도 공평한 배분이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보수 정권에 우호적이지 않은 매체에 의도적으로 인색하게 집행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실제로 경향과 한겨레 등 진보 매체는 각각 연 기준 30억~40억원대를 보이며 오름세를 보이지 않은 반면, 동아와 중앙, 조선 등 보수 매체는 노무현 정권 때 30억~50억원대였다가 이명박 정권 60억~80억원대, 박근혜 정권 당시 무려 90억원대까지 치솟았다.
방송사의 경우도 지상파에 쏠림 현상이 큰 가운데, 지난 2014년 세월호와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등 정부비판 보도를 해온 JTBC의 경우, 정부광고 배분액은 종합편성채널에서 최하위권임은 물론, 보도채널인 연합뉴스TV보다 낮았다. 지난해 말부터 JTBC 뉴스룸이 타 종편은 물론 MBC 뉴스데스크와 SBS 8뉴스보다도 더 높은 시청률을 보인 데다, 각종 신뢰도 조사에서도 1위로 올라선 것에 반해 초라한 성적이다. 정부의 ‘광고 보복’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실제로 중앙미디어그룹 고위 관계자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보도 이후 삼성광고뿐만 아니라 정부광고, 협찬까지 모두 다 떨어졌다. 명백한 보복”이라고 증언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광고 집행에 있어 명확한 기준 확립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현실적으로 물량 배분을 공평하게 할 수 없는 구조다. 광고의 논리와 저널리즘 문제는 별도로 볼 필요가 있다”며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데 벗어나 광고효과 측정 방법과 같은 객관적인 지표를 통해 배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진봉 교수는 “정치권이 아니라 언론 학계나 전문가, 시민사회 단체, 지역 언론 대표 등이 모인 제3의 위원회를 구성해 어떻게 공정하게 배분할지 논의를 하고 결정을 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