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영 KBS사장 "변화를 통한 국민감동"

[2018년도 언론사 대표 신년사]

고대영 KBS사장 고대영 KBS사장은 2일 신년사에서 ‘변화를 통한 국민감동’이라는 2018년도 경영목표를 밝혔다. 고 사장은 “저는 KBS가 시청자들의 ‘고단함’과 ‘믿을 수 없음’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고, 또 마땅히 그렇게 해야한다고 생각한다”며 “시청자들이 언제나 믿고 의지할 수 있는 KBS를 우리는 반드시 재건해야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고 사장은 미디어시장 변화 속에서 이뤄질 다양한 디지털 분야 시도 역시 강조했다. 그는 “이제는 콘텐츠의 자체 경쟁력만큼이나 플랫폼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우리는 거실 벽에서 내려와 시청자들의 손바닥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며 온라인·모바일 전략과 UHD방송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고 사장은 이와 관련 “TV라고 하는 노후한 매체가, 존재의 가치를 의심받고 있는 공영방송 KBS가, 생존을 위해서 반드시 걸어가야만 하는 길”이라며 KBS미래방송센터가 그 전진 기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 사장은 수신료 현실화와 관련해선 “무료 보편적인 양질의 방송 서비스와 이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는 공영방송 KBS의 숙명이자 시청자와의 약속”이라며 “그러나 많은 노력이 선행돼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 시청자들의 기대에는 제대로 미치지 못하고 있는 듯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신료 현실화는 우리가 스스로 조금 더 당당할 수 있을 때, 요청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아래는 고대영 KBS사장 신년사 전문.

  
   사랑하는 KBS 임직원 여러분,
   2018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작년 한 해 동안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회사의 발전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힘 써주신 여러분의 노고에 마음 속 깊이 감사드립니다.


   ■ 공영방송의 위기와 기회
  
   작년 한 해는 우리 사회가 몹시 혼란한 시기였습니다. 그 사이에서 공영방송 KBS는 나름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를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노력이 무색하게 미디어 시장은 다양해진 매체들과 채널들에게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TV를 보지 않는다.’는 말이 결코 과언이 아닐 만큼 과거, 우리의 주요 고객이었던 시청자들은 이제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서 정보와 재미를 취득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일각에서는 ‘지상파 무용론’, 나아가 ‘공영방송 무용론’을 주장하기도 합니다. 


   시장은 냉정합니다. 지상파의 광고매출은 해가 갈수록 감소하고 있습니다. <2017 방송산업 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지상파의 광고매출은 3년 연속으로 하락하고 있습니다. 반면, 상시로 지출되어야 하는 고정 비용은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회사는 현재 인건비가 전체 비용의 35%를 상회하고 있습니다. 인건비가 과중해지면 그만큼 콘텐츠의 제작과 유통에 투자할 여력이 줄어듭니다. 올해는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의 현안으로 인해 인건비 관련 지출이 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취임 이후부터 지금까지 KBS의 고비용 저효율의 구조를 바꾸기 위해 제작 프로세스 개선이나 조직구조 개편, 경영 효율화 등 많은 혁신을 시도해왔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회사의 작년 경영실적은 양호한 편입니다. 최근 5년 중 가장 좋은 실적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물론 임직원 여러분이 흘린 피와 땀의 결실입니다. 그러나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것이 전적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판매하여 얻은 결과는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저는 취임 이후 뼈를 깎는 경영 효율화를 통해 불필요하게 낭비되고 있던 자원들을 발굴하고, 이를 적재적소에 재배치하여 투자 대비 효율을 극대화하고자 노력해왔습니다. 직원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회사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조직 구조를 재편하고 취임 전 한 때 약 490억 원까지 불어있던 회사 차입금을 제로로 만드는 등 수많은 오해와 비난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CEO로서의 책무를 묵묵히 수행해왔습니다. 


   친애하는 KBS 임직원 여러분,


   저는 우리에게 아직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매일, 매순간 수많은 매체와 채널들이 쏟아내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시청자들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작년 한 해는 이른바 ‘페이크 뉴스’, 즉 가짜 뉴스가 창궐하여 범람하는 등 그들이 생산하고 전달하는 이야기들은 신속할 수는 있으나 신뢰하기는 힘들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KBS가 시청자들의 ‘고단함’과 ‘믿을 수 없음’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고, 또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청자들이 언제나 믿고 의지할 수 있는 KBS를 우리는 반드시 재건해야 합니다. 2018년도의 경영목표는 그래서 ‘변화를 통한 국민감동’으로 정했습니다.


   ■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존재의 가치

   작년 11월에는 경북 포항에서 지진이, 북한에서는 수소탄 실험이 있었습니다. KBS는 재난주관방송사로서 시청자 여러분에게 관련 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할 의무가 주어져 있지만 갑작스럽게 발생한 사태들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KBS는 2018년 올해를 시청자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는, 진정한 공영방송사로서 거듭나는 원년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올해는 공영방송 KBS가 여전히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유를 스스로 입증할 수 있는 기회가 산재해있습니다. 


   우선, 올해는 전 국민적 관심사인 대형 스포츠 이벤트들이 줄줄이 예정돼있습니다. 당장 다음 달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과 6월에 개최될 러시아 월드컵 그리고 8월의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을 철저히 준비하여 방송함으로써 스포츠 중계에 있어서만큼은 KBS의 압도적인 위상을 재확인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6월에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집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이번에도 KBS는 공정하고 객관적이면서도 신속하고 정확한 선거 방송으로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방송 때처럼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해야 할 것입니다.  


   ■ 시청자들에게 보다 가까이, 보다 선명하게
  
   시청자들은 이미 온라인과 모바일로 모든 정보를 받아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우리가 아무리 질 좋은 콘텐츠를 생산한다고 하더라도 플랫폼이나 유통 채널의 상이함으로 인해 이용자들에게 접근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무용한 일이 될 것입니다. 이제는 콘텐츠의 자체 경쟁력만큼이나 플랫폼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거실 벽에서 내려와 시청자들의 손바닥 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KBS도 온라인과 모바일로 이동해야 합니다. 이는 우리의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려는 노력인 동시에 현재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대책입니다. 


   KBS는 현재 다양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과 스트리밍 서비스를 운영 중에 있습니다. 마이케이(myK)와 콩(Kong), 푹(Pooq) 그리고 한국의 인기 드라마 콘텐츠를 전 세계 시청자에게 제공하고 있는 코코와(KOKOWA)까지 국내는 물론 해외의 시청자들도 언제 어디서든 KBS의 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전력을 다 하고 있습니다. 


   물론, 당장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는 TV라고 하는 노후한 매체가, 존재의 가치를 의심받고 있는 공영방송 KBS가, 생존을 위해서 반드시 걸어가야만 할 길입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지속적인 투자가 요구되는 사안입니다. 


   작년 5월 31일, 우리는 세계 최초로 지상파 UHD 본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이 역시 KBS가 미래 방송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반드시 달성해내야 하는 과업 중 하나입니다. UHD방송은 기존의 HD방송과는 달리 양방향 홈포털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관련하여 작년 11월 21일, 지상파 3사는 지상파 UHD채널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결합된 세계 최초 지상파 UHD 양방향 서비스 티비바(TIVIVA)를 런칭했습니다. 이를 통해 시청자들은 지상파 3사가 제공하는 모든 UHD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든 다시 볼 수 있습니다. 


   KBS UHD 1호 중계차도 12월 말에 도입되었습니다. 이 중계차가 활약하게 될 평창동계올림픽은 KBS UHD방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첫 번째 경기장입니다. 우리는 이 대회를 반드시 성공리에 마쳐서 향후 점증할 UHD방송의 밑거름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KBS미래방송센터는 앞서 말씀드린 KBS의 온라인·모바일 전략과 UHD방송 제작이 실질적으로 구현되는 전진 기지가 될 것입니다.현재 KBS사옥의 구조는 예전 지상파 독과점 시대의 것으로,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KBS가 선제적으로, 능동적으로 대응하기에는 공간적으로 노후화 되고 협소할 뿐만 아니라 업무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도 매우 비효율적인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미래방송센터에서는 테잎과 파일이 혼재하는 기존의 제작 프로세스와는 달리 100% 파일을 기반으로 하는 제작 프로세스와 IP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제작 과정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계획입니다. KBS미래방송센터는 최첨단 방송시설의 집약체이자 한류 콘텐츠의 생산 허브로써 자리매김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KBS 임직원 여러분,


   이상 말씀드린 현안들을 차질 없이 진행해나가는 데에는 상당한 비용이 들어갈 전망입니다. 취임 이후, 많은 오해와 질타에도 불구하고 경영관리 고도화를 통해 줄곧 회사의 군살을 제거해 12월말 기준으로 기업예금이 1,169억에 이르렀습니다. 이는 KBS가 미래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매해 경영난에 시달리면서도 이 돈을 모아온 것은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였습니다. 단지 우리끼리 잘 먹고 잘 살자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무료 보편적인 양질의 방송 서비스와 이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는 공영방송 KBS의 숙명이자 시청자와의 약속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많은 노력이 선행돼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 시청자들의 기대에는 제대로 미치지 못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수신료 현실화는 우리가 스스로 조금 더 당당할 수 있을 때, 요청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2018년은 KBS가 새로운 미디어 회사로서 다시 태어나느냐, 아니면 단순한 콘텐츠 공급자로 전락하느냐를 결정짓는 분기점이 될 것입니다. 생존을 위해서, 우리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합니다. 저는 회사를 운영하는 CEO로서, 미래 먹거리로서 육성해야 할 부문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되 시대에 편승하지 못하거나 더 이상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는 부문은 과감하게 정리하여 해당 자원을 필요한 곳에 재투자 할 생각입니다. 그 작업의 일환으로  1, 2TV 프로그램들에 대한 토탈 리뷰를 통해 새롭고 혁신적인 편성 전략을 수립할 예정입니다.


   ■ 작년의 화제작, 올해의 기대작
  
   작년에는 우리 회사에서 좋은 드라마가 많이 나왔습니다. 


   시청률 50%를 향해 질주하고 있는 주말 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부터 <아버지가 이상해>, <쌈, 마이웨이>, <마녀의 법정>, <고백 부부>, 그리고 연말의 <흑기사>까지 작년 한 해 동안 시청자들은 KBS의 드라마만 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뿐만 아니라, 지난 11월 28일에 거행되었던 제44회 한국방송대상 시상식에서는 <임진왜란 1592>가 방송대상을, 제20회 국제앰네스티 언론상 시상식에서는 <KBS 스페셜 - 전쟁과 여성> 편이 언론상을 수상하였습니다. 그 외 뉴욕TV페스티벌 등 국내외에서 총43건의 영광스런 상을 수상했습니다.


   올해도 KBS에는 기대작들이 즐비합니다. 우선, 제작비 100억 원이 투자된 미니시리즈
  <너도 인간이니>가 상반기에,  <황금빛 내 인생>의 후속으로는 <같이 살래요>가 시청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또한 작년 4월,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던 <추리의 여왕>이 시즌2로 부활하는 한편,  벌써부터 화제성을 몰고 있는 장동건, 박형식 주연의 <슈츠>가 4월에 방영될 예정입니다.


   ■ 다시 뛰는 KBS
 
   여러분이 더 잘 아시겠지만, KBS는 국영방송이 아닙니다. 공영방송입니다. 국민들께서 KBS에 수신료를 기꺼이 납부해주시는 까닭은 KBS가 권력과 자본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짐으로써 국민이 수여한 권력이 남용되지 않도록 감시하고, 사회정의의 실현, 국민의 기본권 옹호, 문화창달 등의 증진에 기여하라는 역할을 하라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KBS의 주인은 국민입니다. 


   저는 결코 자리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다만, 법과 원칙에 의거하지 않은 채  저의 거취가 타의에 의해 결정된다면 그것은 다시 한 번 KBS 역사에 오점을 남기게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KBS 임직원 여러분, 


   급변하는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 속에서 공영방송 KBS가 신뢰를 회복하고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생산해내기 위해서는 노사가 서로 마음을 열고 이해하는 과정이 필수적으로 요구됩니다. 국민의 시청권을 볼모로 잡아 파업이나 제작 거부를 강행하는 행위는 언론인으로서 또 공영방송인으로서의 사명을 스스로 저버리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득을 본 주체는 노측도, 사측도 아닙니다. 바로 우리의 경쟁자들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우리의 경쟁력을 스스로 떨어트리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사측을 대표하여 여전히 복귀하고 있지 않은 일부 직원들에게 하루라도 빨리 일터로 돌아오기를 간곡하게 요청합니다. 올해부터는 현장에서 다시 함께 뛸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임직원여러분, 


    대한민국 최고 방송사 KBS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서로의 마음을 열고 힘을 합쳐 2018년 무술년을 멋지게 만들어 갑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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