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과 언론사, 블록체인에 주목하라

[언론 다시보기] 예병일 플루토미디어 대표

예병일 플루토미디어 대표 지난 연말 모임 자리에서 비트코인은 단연 가장 뜨거운 화제였다. 한 신문사의 주니어 기자가 몇 년 전 취재하다 접한 비트코인 150만원어치를 사서 큰 이익을 보았다더라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까지 오갔다. 이런 비트코인에는 무관심한 언론인이라 하더라도, 올해에는 비트코인 열풍의 기저에 있는 기술인 블록체인에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언론은 포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의 기술 플랫폼에 광고는 물론 독자까지 빼앗기며 존립근거를 잃어가고 있다. 기술에서 위기가 시작됐다면 그 해결책도 기술에서 찾아볼 필요가 있다. 코드화가 가능한 세상의 모든 것을 기록할 수 있는 ‘만물의 원장’, ‘디지털 원장’으로 불리는 블록체인. 이 신기술이 위기 극복의 실마리를 제공해줄 수 있을까.


우선은 올해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하겠다는 미국의 신생 블록체인 미디어 ‘시빌’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분산적 뉴스 플랫폼’이라는 시빌의 모집 페이지(joincivil.com) 첫 문구가 인상적이다. “뉴스가 사람들에 의해 운영된다면 어떨까요?”


시빌은 우선 독자들에게 ‘구독(subscriptions)’은 잊으라고 말한다. ‘시브이엘(CVL) 토큰’을 통해 뉴스 제작자를 후원하라고 제안한다.


시빌은 또 언론인들에게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경제학을 활용해, 시빌은 뉴스를 생산하고 배포하는 새로운 협업 모델을 시작한다”며 합류를 제안한다. 현재 1차 함대(First Fleet)에 투자받은 자금 중 100만 달러를 지원해 30개의 뉴스룸을 만들고 있다. 뉴욕타임스, 가디언 등에서 일했던 마리아 부스틸로스 등 여러 언론인들이 참여했다.


시빌은 블록체인 기술의 특징인 강력한 보안성, 분산성, 보존성, 익명성을 통해 기사의 검열이나 압력, 수정이나 삭제 시도를 방지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중간 매개자 없이 개인 간 후원이 가능하니, 기자가 정부나 광고주, 언론사 조직, 나아가 거대 포털과 SNS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립할 수 있고, 노력에 대해 ‘공정한 보상’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물론 ‘블록체인 미디어’는 갈 길이 멀다. 신기술은 더해지겠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콘텐츠의 바다 속에서 독자들이 CVL 토큰을 통해 실제로 지갑을 열게 만들 수 있을까. 팩트 체커 프로세스가 존재하긴 하지만, 제작되는 뉴스의 공정성과 사실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쉽지 않다.


하지만 인터넷이라는 신기술이 처음 등장했을 때, 누구도 인터넷을 통해 모임을 갖고 게임을 하며 은행 업무를 보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누구도 음반 시장을 초토화시키고 언론의 기반을 뒤흔들지 알지 못했다.


이제 우리 앞에 블록체인이라는 신기술이 또 등장했다.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을 ‘가치의 바다’로 바꿀 테크놀로지라고 불리는 블록체인. 이를 활용한다는 시빌이 지금 한창 시티즌(독자)과 뉴스메이커를 모집하고 있다. 언론의 미래에 관심이 있는 언론인이라면 우선 시빌의 시티즌 모집에 가입해볼 일이다. 언론의 미래에 관심이 있는 언론사라면 시빌 같은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서비스를 우리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찾아볼 일이다. 어렵지 않다. 뭐라도, 작게라도, 시작해야 시행착오를 거쳐 미래에 무언가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비로소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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