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포스코·KT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시민단체들은 8일 황창규 KT회장의 비리의혹 수사와 퇴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난해 말에는 한 시민단체가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선임과 관련한 권력개입 의혹 등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경제계의 뒷얘기를 모은 이른바 ‘지라시’에는 두 총수가 곧 물러날 것이라는 소식이 단골메뉴로 오르고 있다.
포스코와 KT가 정권 교체기마다 몸살을 앓은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새로 집권한 권력의 압력으로 최고경영자가 임기 중간에 하차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권력의 요구에 순응하지 않으면 검찰과 국세청까지 동원하는 비열한 행위도 저질렀다. 문제는 최고경영자 교체에만 그치지 않는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앉힌 뒤 권력실세가 각종 이권을 챙기는 ‘흑역사’가 되풀이됐다. 국민기업인 포스코와 KT를 ‘권력의 전리품’으로 전락시켰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다. 정부가 포스코와 KT의 주식 한 주도 없이 회장 인사에 개입하고, 이권을 챙기는 것은 대표적 적폐다. 지난 8개월 동안 정부가 직접적으로 인사에 개입한다는 얘기는 아직 들려오지 않는다. 다행이다. 정부의 경제개혁을 주도하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시민운동을 하며 권력의 포스코·KT 인사개입을 그 누구보다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포스코와 KT 회장은 문 대통령을 수행하는 경제사절단에서 잇달아 고배를 마셨다. 포스코 회장은 미국과 인도네시아 사절단에서 연속 낙마했다. KT 회장은 미국 사절단에서 제외되자 인도네시아에는 아예 신청을 안 했다. 지난해 12월 중국 사절단의 경우 그룹 총수들이 대거 참석했지만, 두 사람의 얼굴은 안보였다. 중국사업이 많은 포스코로서는 뼈아픈 일이다. 국가로서도 득 될 게 없다.
청와대는 지난해 경제사절단 탈락 기준의 하나로 ‘탈·불법행위로 인한 사회적 물의’를 제시했다. 포스코와 KT는 의혹은 많지만, 탈·불법행위로 수사나 재판을 받는 것은 없다. 박근혜 정부가 마음에 안든 단체·개인을 별도 관리하며 불이익을 준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은 큰 충격을 던져줬다. 정부가 국민이나 기업을 내편, 네편으로 갈라 차별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정부가 명백한 이유 없이 포스코와 KT를 ‘왕따’ 취급하는 것은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
포스코와 KT의 불법혐의가 분명하다면 차라리 정식수사를 통해 진위를 가리는 게 옳다. 재벌개혁과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을 강조하는 정부로서는 눈치볼 게 없다. 잘못이 있다면 엄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과감히 시장에 맡기고, 과거 정권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태도는 현명치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