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이었다.
10일 문재인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다.
60여분간 이어진 기자회견은 사전에 질문지도, 질문자조차 정해지지 않고 진행됐다. 문 대통령 취임 후 첫번째 기자회견으로 취임 100일을 맞아 지난 해 8월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사전 질문지는 없었지만, 질문자는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지정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통령이 현장에서 직접 질문자를 지명했다. 즉문즉답 형식이라 소통에 목마른 언론에는 큰 기회였고, 반대로 질문을 받는 대통령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지만 회견은 대체로 자유롭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이뤄졌다.
대부분 언론은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좋은 평가를 쏟아냈다. 스킨십이 크게 부족했던 전임자와 대조적으로 이날 기자회견은 생동감이 넘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통령이 당일 질문자를 직접 지명한 덕택에 이전 기자회견에서 질문 기회가 충분히 주어지지 않았던 지역 언론에도 충분히 기회가 갔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했다. 외신 기자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워싱턴과 서울은 언론을 대하는 접근이 다르다. 문 대통령은 한 시간 동안 자유롭게 질문을 받았고, 언론과의 소통이 중요한 일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BBC), “한국의 이전 정부나 미 백악관과 달리 질문할 기자가 사전에 선택되지 않았다”(WP)는 호평이 이어졌다. 대통령 기자회견이 단순한 ‘프레스 컨퍼런스’가 아니라, 그 나라 민주주의의 성숙단계를 보여주는 정치적 이벤트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기자회견은 오랜 기간 민주주의 경험이 쌓인 미국 백악관의 그것과 비견될만한 이벤트였다고 해도 지나친 칭찬은 아닐성 싶다. 탈권위적인 형식, 언론의 자율성 등 문 대통령 첫 신년 기자회견은 기존보다 진일보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지만, 한계 또한 보였다. 가장 아쉬운 점은 대통령과 기자 사이에 ‘1대1 논쟁’이 이뤄지지 않은 일이다. 토론이 일상적인 서구와는 달리 토론문화 특히 권력자와 언론의 토론이란 전례가 없는 풍토를 감안하더라도, 대통령과 언론의 핑퐁식 논쟁이 이뤄졌다면 국민들의 궁금증이 무엇인지 그리고 대통령이 그 문제를 어떤 식으로 이해하고 있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백악관 기자회견을 예를 들자면, 사전에 질문자의 순서는 지정하되 질문 횟수 제한은 없다.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에 있어서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공격적인 질문을 하는 기자와 5분 이상씩 논쟁을 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질문자를 지명하고 대통령의 지명을 받으려고 때로는 기자들이 인형까지 흔드는 모습은 신선하기는 했지만, 역설적으로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은 안 보이고 기자들만 보였다’는 지적도 귀기울일 대목이다. 대통령과 언론의 토론이 이뤄져 쌍방향 소통이 이뤄진다면 좀 더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한 집중도는 높아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이왕 좋은 형식이 마련된 만큼,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대통령이 언론과 만나는 기회를 좀 더 가지는 일일 터다. 김대중 대통령의 경우 취임 2년차 6월까지 매달 정례 기자 간담회를 가지기도 했었다. 국민 참여와 국민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는 지나친 바람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