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 간 보도통제, 아이템 검열이 사라졌죠. 보도 책임자든 평기자든 언론 본연의 비판적인 시각이 살아나고 있습니다.” MBC 보도국이 달라졌다. ‘공정방송 열망’ 속에서 5년 만에 펜과 마이크를 잡은 기자들이 아이템 논의로 시끄럽다. 취재센터장은 부서를 돌며 주요 아이템을 확인한다. ‘자르고 부풀리라’고 부당한 요구를 하는 부장은 보이지 않는다.
정상화에 대한 기대와 열망만큼 고민도 깊다. 심층 보도를 내놔야 하는데 좀처럼 쉽지 않다. 조급함에 실수도 터져 나온다. 어느새 종합편성채널도 위협적인 대상으로 성큼 다가온다. 기자협회보는 지난 22일 MBC 뉴스데스크 개편 한 달을 앞두고 이정신 신임 기자협회장을 만나 MBC 보도국 현안과 뉴스혁신안을 물었다.
-개편된 뉴스데스크를 본 소감은.
“내용적으로 해야 할 뉴스를 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아쉬운 점은 기대와 열망이 큰 만큼 조급함이 있다는 것이다. 파업 복귀 초반에만 심층리포트를 하고 최근 다시 백화점식 보도로 회귀한 데 우려가 나온다. 심층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이 필요한데, 5년 간 공백에 안일하게 취재해온 관행이 남아 있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인력이 부족한 문제가 큰 것 같은데.
“인력 충원을 통해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뉴스의 형식을 과감하게 혁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기자협회에서는 이런 여건을 감안해 ‘심층성 강화된 뉴스’ ‘시청자에 친절한 뉴스’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뉴스혁신안을 고민 중이다. 기자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3월 개편에 맞춰 혁신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최근 취재윤리를 위반한 사례로 논란이 일었는데.
“분명히 반성하고 사과해야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기자가 의도는 없었지만 지인을 인터뷰한 건 여론을 왜곡할 우려가 있는 만큼, 취재윤리를 위반한 게 맞다. 달라지겠다고 한 마당에 우리안의 구태나 안일한 관행을 보여준 것이다. 기자협회 차원에서 ‘시민 인터뷰를 손쉽게 제작하고 양념처럼 넣는 관행을 타파하자’고 공유하지 못한 우리 모두의 탓이다.”
-뉴스데스크가 ‘올드’하다는 평이 있는데.
“기존 제작시스템으로 심층 리포트를 하다 보니 과거로 회귀하는 것 같다. 인력 충원도 중요하지만, 적은 인력으로 새로운 뉴스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의 변화도 동반돼야 한다. 정치부, 경제부 등으로 나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기자-데스크-국장 모두가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취재제작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사회부 홀대에 대해서.
“사회부가 단순히 저연차 기자들만 가는 곳으로 생각돼선 안 될 것이다. 경찰기자 사관학교 정도로만 바라보는 인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위안부 문제나 촛불시위, 세월호 등 모두 사회부가 주축이었다. 사회부를 심층 부서로 만들어 7년차, 15년차도 가서 보도하게끔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기자들에게 한마디.
“정상화는 어느 한순간에 이뤄지는 결과물이 아니다. 민주주의처럼 우리가 끊임없이 쟁취해야 하는 과정이다. 기자들도 단번에 뭔가 이뤄지길 바라는 조급함은 버렸으면 좋겠다. 보도본부장부터 막내기자까지 모두 MBC 정상화에 대한 열망, 사명감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참고 기다리는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끊임없이 고민하고 소통하는 과정 속에서 조금씩 진척될 거라 생각한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