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도 성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편집위원회 | 2018.02.07 14:57:46

 서지현 검사가 검찰 고위 간부의 성추행과 검찰의 조직적 은폐 사실을 폭로하면서 성폭력 문제가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성폭력 피해자들의 침묵을 깬 ‘미투(Me Too)’ 운동이 한국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전·현직 검사들에 의해 검찰 내 성폭력 추가 폭로가 이어지고, 다른 조직과 분야에서도 폭로가 잇따른다. 언론들도 앞다투어 새로운 ‘미투’ 사례들을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OO내 성폭력’은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2016년 말 문화예술계를 중심으로 ‘#OO_내_성폭력’이라는 폭로 운동이 일었고, 언론 역시 ‘OO내 성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 MBC의 한 유명 PD가 스태프를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 대기발령을 받았다. 피해자들 중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력관계를 이용한 전형적인 성폭력인 것이다. 또한 시사저널의 기자가 같은 계열사의 후배 기자를 성추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회사 인사권자는 인권위에 진정을 넣은 피해자에게 “자숙하라”며 오히려 피해자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검사에게 검찰 조직이 한 것과 똑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대학가에서 ‘단톡방 성희롱 사건’이 이슈가 된 이후, 기자사회 내부에서도 동료 여기자를 상대로 ‘단톡방 성희롱’이 행해진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던졌다. 당시 성희롱에 가담했던 기자들은 감봉 등의 징계를 받고 한국기자협회로부터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러니까 ‘OO’의 자리에 언론이 들어가도 이상할 게 하나도 없다. 조직 내부의 상사와 동료에 의한 성폭력, 사건을 축소·은폐하는 과정에서 이뤄지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언론계 역시 한국 사회의 성차별적 구조, 남녀의 불균등한 권력관계로부터 빚어지는 폭력인 성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때로 언론은 성폭력 사건을 보도하면서 ‘2차 가해’를 했다.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시각에서 사건을 서술하거나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보도들도 있었다. 지난해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의 성폭력 사건 보도에서 일부 언론은 사실 확인 없이 “팔짱을 끼고 함께 호텔 쪽으로 걸어 들어갔다”며 마치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걸어 들어간 것처럼 묘사했다. 이번 사건을 다루면서도 제목에 ‘성추행 여검사’라는 표현을 써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강조하는 언론사들도 있었다.
 

 한편, 기자들은 언론사 밖에서도 성폭력의 위험에 노출된다. 고위직 남성 취재원들이 여기자들을 성추행한 사건들도 많았다. 최연희 전 의원은 노래방에서 여기자를 성추행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최 전 의원은 검사 출신이기도 하다. 이진한 전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2차장 시절 송년회 자리에서 여기자를 성추행해 징계를 받았다. 이밖에도 외부로 알려지지 않은 채 기자단과 본인에게 사과하고 지나가는 성희롱·성추행 사건들도 많다. 대부분 고위직 취재원과 기자들의 회식 자리에서 빚어진 사건들이었다.
 

 검찰 내 성폭력의 공론화를 계기로, 언론계 역시 반성을 넘어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형식적 수준에 그치는 성희롱 예방교육을 내실 있게 진행해 성폭력이 뿌리내릴 수 없는 조직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성폭력이 벌어졌을 때 피해자를 보호하고 확실한 진상조사를 통해 가해자를 처벌해야 한다. 또한 취재과정에서 벌어지는 성폭력에 대해서 기자들을 어떻게 보호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 매뉴얼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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