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보입니다. KBS에선 이제까지 정치권력의 하수인이 사장이 돼 정권에 종속돼 왔잖아요. 그런데 시민들 의견을 40%나 반영한다는 데서 희망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런 제도가 정착돼야 권력자의 간섭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기 양주에서 시민자문단 회의에 참여하기 위해 온 천만복(59)씨는 이번 시민자문단 제도를 ‘희망’으로 표현했다. 그는 “같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과도 ‘KBS가 바뀌어가고 있다’ ‘희망이 있다’는 얘기를 했다”며 “KBS는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공영방송인만큼 미래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24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2층 공개홀에서 열린 ‘시민자문단과 함께 하는 KBS 사장 후보자 정책발표회’에는 총 142명의 시민이 참여해 3명의 KBS 사장 후보자와 마주했다. 시민자문단은 사장 후보자들이 밝힌 정책이 내부 구성원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실현 가능한지를 점검했다.
경기 광명에서 온 장정윤(31)씨는 “분임토의에서 주로 논의했던 건 제시한 정책은 다 좋은데 이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선 내부 구성원들과 잘 맞아야 하고 소통도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구성원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며 “후보자의 족적이 구성원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을 만큼 정당성이 있는지, 또 적폐 청산이나 제작 자율성 보장을 실제로 이뤄낼 수 있는지 등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다만 한계는 있었다. 대전에서 온 조봉덕(49)씨는 “후보들에 대한 사전 자료가 없었다는 게 미흡한 부분이었다”며 “오기 전에 후보자들 정보를 알았다면 인터넷으로 한 번이라도 자료를 찾아보고 왔을 것이다. 후보자들에 대한 사전 정보제공이 이뤄졌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자문단은 그러나 대체로 이번 제도에 만족스럽다는 평가를 내렸다. 대구에서 온 백선동(28)씨는 “KBS 사장을 처음 시민의 손으로 뽑는 데 참석해 감회가 새로웠다. 특히 공영방송이 어떻게 나아갈지 후보자들의 비전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며 “이번을 계기로 일회성, 단발성이 아니라 시민들 의견을 더 많이 반영할 수 있는 제도로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현진(42)씨도 “시민자문단에 참여하면서 KBS가 경직돼 있다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KBS가 문턱을 낮춘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며 “어느 분이 선출되든지 사장이 되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약속한 방향대로 잘 진행되고 있는지 점검할 수 있는 자리가 한 번 더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시민들은 이번 제도를 계기로 공영방송이 시민들, 특히 소외계층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조봉덕씨는 “우리나라는 상위 10%, 상위 1%가 많은 것을 가진 나라”라면서 “그렇기에 공영방송의 역할이 큰 것 같다. 상위에 있는 사람도 중요하겠지만 소외계층들을 끌어당기는 중요한 역할을 공영방송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기 사장에게 당부의 말을 전하는 이도 있었다. 백선동씨는 “발표했던 정책들이 시민자문단에게 보여주기 식 정책이 아니었으면 한다”며 “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 굳은 의지를 갖고 말씀하신 것처럼 잘 이끌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정윤씨도 “KBS가 국민의 미래에 나침반 역할을 해야 한다”며 “시청자와 국민에게 사회적인 메시지를 끊임없이 전달했으면 한다. 사회적 이슈에 대해 객관적이면서 근본적인 문제제기와 해결방안을 제시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