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제보 내용 '토스'…헤드라인까지 알려준 언론

보도 '미리 받아본' 삼성…MBC·뉴스타파 탐사보도로 드러나

MBC '스트레이트' 보도 화면 캡처.

언론사 간부가 제보 내용을 삼성에 ‘토스’하고, 삼성은 세밀하게 언론 보도를 관리했다는 내용이 최근 잇달아 폭로됐다.


뉴스타파는 지난 5일 류제웅 YTN 기획조정실장이 사회부장 시절 이건희 회장에 대한 제보를 삼성에 ‘토스’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5년 8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성매매 동영상을 제보받고도 보도를 하는 대신 제보자가 직접 삼성과 접촉할 수 있도록 뒷거래를 알선했다는 내용이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류 실장은 제보를 받은 후배기자들에게 당시 시경출입기자, 즉 캡을 맡고 있는 기자에게 제보 사실을 숨기라고 지시했다. 이후 제보자에게 따로 전화를 걸어 동영상 파일을 대가 없이 공익 제보하라고 설득했으나 제보자가 이를 거절하자 삼성에 가보라고 먼저 제안했다. 또 삼성에 동영상 제보사실을 알린 뒤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의 연락처를 받아 제보자에게 전달했다.


류 실장은 이에 대해 5일 사내 게시판에 입장문을 올리고 “회사의 결정에 따라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일부 오해를 살 수 있는 말을 했을 수는 있으나 기자로서 지켜야할 취재윤리를 지키려 최선을 다했다”고 해명했다. 류 실장은 “회사에 제보 사실을 보고했으나 회사는 긴급회의를 열어 ‘불법적이고 언론윤리에도 어긋난다’며 ‘기사화를 보류하고 시간을 두고 접근하자’는 결론을 내렸다”며 “이 같은 결정에 따라 내용 함구와 직접 취재를 했다. 분명한 것은 삼성이나 제보자 그 어느 쪽에도 상호간의 연락처를 건네주지 않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 지부는 그러나 6일 성명을 내고 “류 실장이 아무리 변명을 늘어놓아도, 뉴스전문채널의 사회부장이 중대 제보를 보도하는 대신 삼성과 제보자의 거래를 알선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며 “회사가 삼성과 제보자를 연결해주는 일까지 지시했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삼성과 연결해주라는 지시를 누구에게 받았는지 당장 밝히라”고 촉구했다.

 
지난 4일엔 MBC 탐사기획 프로그램 ‘스트레이트’에서 삼성의 언론 보도 관리 행태가 폭로되기도 했다. 이인용 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 팀장이 장충기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차장에게 언론사 동향과 보도 방향 관리 내용을 보고했다는 내용이다. 


스트레이트에 따르면 지난 2014년 12월 제일모직 상장 때 이 전 팀장은 장 전 차장에게 ‘K, M, S 모두 다루지 않겠다고 한다’고 보고했고 2015년 6월 이재용 부회장의 메르스 확산 공식 사과 때는 관련 방송 보도 내용을 미리 파악해 전달했다. 또 2015년 7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추진 때는 ‘사장님, 00경제 사설은 일단 빼기로 했습니다’고 보고했다.


이와 관련 언론노조 MBC본부는 5일 성명을 내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MBC본부는 “스트레이트가 공개한 문자메시지들은 김장겸 체제의 MBC가 정권뿐만 아니라 삼성의 하수인으로까지 추락했던 상황을 보여준다”며 “검찰은 장충기 사장의 문자에서 드러난 언론 장악의 진상을 철저히 수사해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 MBC도 자체 진상 규명을 통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사설을 뺀 것으로 알려진 모 경제지의 당시 편집국장과 주필은 기자협회보와의 통화에서 관련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편집국장은 “사설을 빼기로 한 기억이 전혀 없다”며 “처음 듣는 일이다. 난 정말 모른다”고 했고, 주필 역시 “이인용에게 사설을 빼달라는 전화를 받은 기억이 없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부정적으로 볼 입장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 기소된 지난해 2월 이후 일부 언론사 삼성 출입 산업부 기자들이 법조팀 기자 대신 이 부회장 재판을 취재하는 데 투입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와 관련 경제지 한 기자는 “당시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한 기사가 쏟아진 배경을 보면 법조 출입기자보다 삼성 출입기자가 쓴 경우가 많았다”며 “바이라인만 봐도 알 수 있다. 아무래도 삼성 출입기자들은 종합적으로 재판을 판단하기보다 특검에 불리한 기사를 썼다”고 말했다.


반면 통신사 한 기자는 “당시 산업부 기자들이 별도로 와 취재를 하긴 했지만 법조 기자를 대신하기보다 함께 취재했다”며 “산업부 기자들은 최태원 이혼 소송이나 신격호 성년후견 사건 같은 관심 사건에도 종종 와서 취재를 한다. 그걸 법조팀 기자를 대체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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