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확산 막는 언론계 침묵의 카르텔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미국 할리우드에서 시작한 미투 운동이 우리나라에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 1월 서지현 검사의 성폭력 피해 폭로 이후 처음엔 문화예술계에서, 이제는 종교계, 정계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곳곳에서 ‘미투’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언론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2012년 KBS 보도본부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했던 직원이 당시 고참 기자에게서 강제추행을 당했다며 인터넷에 공개한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직원 단합대회가 있었던 한 펜션에서 해당 기자가 여직원이 혼자 누워있는 방에 들어와 신체를 더듬었다는 진술이었다. 이후 해당 기자는 방바닥이 미끄러워 쓰러진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대부분의 성폭력 사건이 그랬듯, 이번 사건 역시 주변인들이 암묵적 ‘동조자’이자 ‘방관자’가 되어 2차 피해를 낳았다. 피해자가 우여곡절 끝에 해당기자를 경찰에 고소했지만 다니던 직장에는 소문이 퍼졌고, 사과를 받는 대신 고소를 취하해달라는 기자들의 요구가 이어졌다고 직원은 말했다. 가까스로 가해자에게서 받아낸 사과도 고소가 정리되고 나니 번복됐다는 언급도 있었다. 성추행은 없었다는 해당기자의 강력한 반발에 KBS 안에서는 현재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MBC 기자를 향한 비슷한 폭로도 이어지면서 언론계에도 미투 운동이 확산되는가 싶었지만, 확산은커녕 이미 불거진 사건의 처리 여부도 불투명하다.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고 바로잡아야 할 언론이 때로는 더욱더 폐쇄적이고 부조리로 가득 차 있는 모순이 종종 목격된다. 이번 미투 운동에서도 이같은 언론의 민낯은 고스란히 드러났다.

 

성폭력의 본질은 권력관계에서 비롯된다. 위계와 강요에 의한 폭력이 성적으로 이뤄지는 범죄다. 이걸 극복하려는 취지에서 나온 운동이 ‘미투’인데 언론계는 성비를 떠나 그 자체로 상당히 남성적이고 수직적인 조직문화다. 여성이라고 하더라도 성적인 공감대가 부족하고 자연히 방관자와 동조자, 혹은 원치 않는 소문에 의한 2차 피해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근본적으로 미투 운동이 확산되기 더욱 힘든 환경인 셈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미투 운동의 특성은 확산성이다. 과거에는 성폭력 피해 사실을 익명 또는 수사기관을 통해 제기했다면, 미투는 피해자가 직접 얼굴을 공개하고 가해자를 직접 지목한다. 이 점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가해자로부터 이뤄낸 작은 승리들이 모여 확산의 힘을 갖는다. 아이러니하게도 피해자들은 피해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그 반대로 알려지지 않는 것을 우려한다. 가해자가 상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을 거라는 우려 때문이다. 정작 언론계 미투는 거대한 침묵의 카르텔 속에서 좀처럼 확산의 힘을 갖지 못한다. 문화예술계, 정계 심지어는 종교계까지 넘나들며 미투 보도를 해오던 언론은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나아가 언론 전체가 침묵의 동조자가 되는 착오를 범하고 있다. 침묵의 카르텔 속에서는 제대로 된 감시도, 처벌도 기대하기 힘들다.

 

미투는 단순히 페미니즘의 부상이 아니라 성으로 말미암은 권력형 범죄를 끊어야 한다는 몸부림이다. 사회 부조리를 개혁하는데 앞장서야할 언론이 자신들의 과에 대해 스스로 반성하고 바로잡지 않으면 어떤 사회 고발과 비판이 진정성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반성과 공감이 없는 미투는 허공의 메아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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