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뉴스는 진실보다
왜 더 잘 퍼질까

[스페셜리스트 | IT·뉴미디어] 김익현 지디넷코리아 미디어연구소장

어느 날부터 서라벌에 노래가 조금씩 유포되기 시작했다. 선화공주가 밤마다 서동과 만난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이 노래는 삽시간에 서라벌 전역에 퍼졌다. 결국 아버지인 진평왕이 선화공주를 내쫓아버린다.

 

‘삼국유사’ 서동요 설화에 나오는 얘기다. 현재로선 사실 여부를 확인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이 설화를 통해 배울 부분은 적지 않다. 서동요는 왜 그토록 쉽게 전파됐을까? 물론 배후에 목적의식을 갖고 허위 정보를 유포하려는 정교한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흥미진진한 내용이 없었더라면 그렇게 쉽게 전파되진 못했을 것이다. 이 부분이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가짜뉴스 공방’의 본질이다.

 

세계적인 과학 학술잡지 ‘사이언스’에 흥미로운 논문이 한 편 실렸다. 참된 뉴스와 거짓 뉴스의 온라인 유통 행태를 비교한 논문이다. 논문 저자들은 ‘가짜뉴스’란 용어를 쓰진 않았다. 정치적 의도성과 편향성 때문에 학술 용어론 적합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신 참(true)과 거짓(false) 뉴스란 용어를 썼다. 참과 거짓 판별을 위해선 폴리티팩트를 비롯한 6개 팩트체크 기관의 도움을 받았다.

 

연구 결과는 예상대로다. 거짓 뉴스가 참된 뉴스보다 유포 속도가 훨씬 빨랐다. 트위터 상에서 70%나 더 많이 공유됐다. 참된 뉴스는 1000명 공유되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거짓뉴스는 1000명에서 1만 명까지 공유되는 경우가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1500명에게 도달되는 시간도 참된 뉴스가 훨씬 더 길었다. 거짓 뉴스보다 6배가량 더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논문 저자들의 연구 대상은 ‘전통적 개념’의 뉴스는 아니다. 트위터에 유포되는 다양한 정보를 뉴스로 간주했다. 따라서 엄밀한 의미에서 ‘가짜뉴스 연구’는 아닐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가 던진 메시지의 울림은 꽤 크다.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따져볼 수 있다.

 

첫째. 거짓 뉴스가 왜 더 잘 퍼질까? 저자들은 ‘진기한 것(novel)’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성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거짓 뉴스를 볼 때 공포, 놀라움 같은 반응을 보이는데, 이게 정보를 확산시키는 밑거름이 된다는 설명도 있다.

 

둘째. 거짓 뉴스 배포 주체는 누굴까? 그 동안 우리는 로봇이 거짓뉴스 대량배포 주범일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 논문은 그렇지 않다는 걸 입증했다. 오히려 사람들이 거짓 뉴스를 퍼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에서 소개한 ‘서동요’ 설화를 봐도 이런 부분은 쉽게 공감할 수 있다. 물론 서동요만의 얘긴 아닐 것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 그런 성향을 갖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논문은 우리에게 중요한 과제를 던져준다. 자기도 모르게 ‘진기하고 자극적인 뉴스’에 쏠리는 성향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기자와 독자 모두 재미보다는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만 한다. 그게 참과 거짓의 경계마저 모호해진 ‘탈진실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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