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수상과 스핀닥터

[글로벌 리포트 | 일본]이홍천 도쿄 도시대학 부교수

이홍천 도쿄 도시대학 부교수 옴 진리교 사형수들의 이송이 갑작스럽게 진행됐다. 사형수 13명 중 7명이 도쿄에서 전국의 구치소로 분산됐다. 각 방송사들은 하루 종일 이들의 움직임을 카메라로 담기에 분주했다. 지난 14일에 벌어진 일이다.

 

사형수 이송은 이날 주요 뉴스로 다뤄졌다. 이송된 사형수들은 지난 1993년에 벌어진 옴 진리교가 도쿄 지하철에 사린가스를 뿌려 일반인들을 살해한 사건의 주모자로 재판을 받은 자들이다. 이들 중 7명이 도쿄 구치소에서 오사카·나고야·히로시마·후쿠오카·센다이 구치소로 이송됐다. 일본 법무부는 사형수들의 이송은 올해 1월에 관련 사건 재판이 모두 종료되어 이들이 더 이상 법정에서 증언할 일이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언론사들은 법무부의 발표를 사형 집행을 위해서 시설이 완비된 구치소로 분산시켰다며 사형 집행이 임박한 것으로 해석하고 사형 집행 시기와 집행 대상에 대한 예측을 내놓기 바빴다.

 

또 같은 날 아베 총리는 평창 동계패럴림픽 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무라오카 모모카(村岡桃佳)선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옆에는 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과 패럴림픽 마스코트 반다비와 함께 도쿄 올림픽 패럴림픽 마스코트가 함께 놓여져 있는 사진이 공개됐다. 무라오카 선수는 알파인 스키 여자 대회전 좌식 경기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무라오카 선수는 10일 알파인 스키 여자 활강 좌식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수퍼대회전과 수퍼복합에서 동메달을 따는 등 총 4개의 메달을 차지했다. 아베 총리는 전화통화에서 “무라오카 선수 축하드립니다. 드디어 금메달을 땄네요. 대단합니다. 지난번 소치에서는 5위에 그쳤지만 이번에는 금 은 동 전부 차지했네요. 전 종목에서 메달을 차지했네요. 정말로 많은 일본인에게 감동을 전했다고 생각합니다. (중략) 앞으로도 더욱 높은 곳을 목표로 노력하기 바랍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16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갑작스럽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에서 아베 총리는 한반도의 평화는 남북 정상회담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면서 북한이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는 것뿐만 아니라 일본과도 관계 개선을 해야 남북관계도 진전된다고 말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일본 언론은 전화 회담에서 아베 총리가 2002년 북일 평양 선언에 기초해서 북일 간 국교를 정상화 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 북한의 비핵화는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그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면서 IAEA의 사찰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남북 정상회담 때 납치 문제를 거론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일련의 이벤트는 지난 12일 모리토모 학교 국유지 매각 관련 정부 서류가 날조됐다는 아사히신문 보도 이후 국민들의 관심을 딴 곳으로 돌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아베 측은 시간이 지나면 국민들은 잊어버린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만큼 언론의 집중 보도를 일단은 피해보자는 생각이 행동에 옮겨진 것 같다.

 

특히 옴 진리교의 사형수 이송은 국민들의 눈을 돌리려는 전형적인 케이스다. 전 언론사들이 이송 차량을 추적하는 취재경쟁을 벌였다. 언론사들은 ‘옴 진리교 사형수 7인 이송 법무성 신중하게 집행 검토’(아사히 14일 석간), ‘옴 진리교 사형수 이송 도쿄에서 복수 구치소로’(요미우리 14일 조간), ‘옴 진리교 사형수 7인 도쿄에서 분산 수용 집행 고려’(마이니치 15일 조간)라는 보도를 내놓고 있다. 사형수들과 마지막으로 면회한 친족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보도하면서 사형 집행이 임박했다는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법무부는 사형 집행을 부인하고 있지만, 사형 집행은 사전에 알리지 않는 것이 관례다.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와 통화하고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회담을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총리가 움직이면 언론은 보도하지 않을 수 없는 생리를 이용한 것이다. 각 언론사들이 지난 주말에 조사한 내각 지지율은 30%선을 겨우 유지하고 있다. 역대 내각 총사퇴 위험 지지율을 밑돌았다. 아베 정권의 국민 관심 돌리기는 일단 실패로 돌아간 것 같지만 카드를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옴 진리교 사형수들의 사형 집행은 그만큼 강력한 카드이기 때문이다. ‘사형의 정치이용’이라는 역풍에도 불구하고 정권유지를 위해서 사형카드를 꺼내 들 것인가, 정권유지를 위한 고민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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