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 스타와 저널리즘 원칙

[우리의 주장]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sbs 홈페이지 캡처

시사평론가 김어준씨와 정봉주 전 의원은 보수정권 시절, 대통령과 주변인물들의 행태를 비판하고 희화화하는 팟캐스트로 명성을 쌓은 온라인 스타다. 잘 알려졌다시피 두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 집권기인 2011년 4월 ‘BBK 실소유주 헌정방송’이라는 도발적인 슬로건을 내걸고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를 진행, 충성도 높은 지지자들을 모았다. 이들은 팩트와 추론을 오가는 전달 방식, 의도적인 비속어 사용, 음모론적인 문제제기 등 기존 매체가 금기시하는 방법까지 동원, 인기를 끌면서 일종의 대안언론으로 자리잡았다.


‘아니면 말고 식’ 단순한 폭로로 일관한 것도 아니다. 나꼼수는 이명박 전 대통령 아들 이시형씨가 서초구 내곡동의 이 대통령 사저 부지를 석연치 않은 방법으로 구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는데 실제로 이를 도운 청와대 관계자들은 배임행위로 유죄선고를 받기도 했다. 위기를 느낀 보수언론들이 이들의 과도한 정치 지향성을 비판하고, 독특한 풍자 방식을 인신비방으로 폄하하기도 했지만, 나꼼수 등 정치 팟캐스트의 활성화는 탈정치 성향의 청년세대를 정치에 관심을 갖도록 한 순기능도 적지 않았다는 게 언론계 안팎의 평가다.


문제는 이들 팟캐스트 스타들이 공중파 방송에 진출한 뒤 보여준 태도다. 진보정권으로의 정권 교체기를 즈음해 김씨와 정 전 의원은 각각 공중파 TV와 라디오 등의 진행을 새로 맡았다. SBS TV의 시사프로그램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TBS FM의 ‘김어준의 뉴스공장’, SBS 라디오 ‘정봉주의 정치쇼’(폐지) 등이 그것이다.

팟캐스트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이들은 보수정권과 정치인들을 직설적으로 공격하면서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았는데, 여기서 잇따라 무리수를 둔다. 이른바 미투 국면에서 김씨는 ‘미투 공작설’을 제기했고,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며 정치활동을 재개한 정 전 의원은 프레시안을 통해 성추행 미투 폭로가 나오자 정치음모의 피해자를 자처했다.


호텔에서의 카드사용 내역이라는 부인할 수 없는 증거가 나올 때까지 정 전 의원은 유감 표명은커녕 피해자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프레시안 기자들을 고소했다.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도 정씨와 프레시안 간 진실공방이 고조된 상황에서, 정 전 의원의 사건 당시 사진 일부를 공개하면서 결과적으로 MC와 친분이 있는 정 전 의원의 알리바이를 증명해주려 했다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다.


기존 매체가 고수했던 엄숙주의를 공중파 방송에서도 깨뜨렸다는 신선함에도 불구하고, 김씨의 프로그램은 사실검증과 객관성 확보라는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에 충실하지 못했고, 정 전 의원은 공중파방송 진행자라는 책임감과 영향력에 걸맞지 않은 행태를 보였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상대적으로 충실한 독자층을 가진 팟캐스트와 달리 불특정 다수의 대중을 상대로 하는 공중파 방송에 출연하게 된 만큼, 팟캐스트 진행자들이 저널리즘의 기본에 충실하고, 방송 외로는 영향력에 걸맞는 품위를 보여줘야 함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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