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노동운동 미래 30년, 목표는 언론자유 완성

[기고] 배성재 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장

배성재 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장. ‘한국일보사 기자 58명은 29일 오전 8시 서울 종로구 종로2가 YMCA 회관 2층 친교실에서 전국출판노련 ㈜한국일보사노동조합 설립대회를 가졌다. 기자들은 노조 설립 취지문에서 “노조 활동을 통해 올바른 노사 관계를 확립하고 나아가 사회민주화 과정에서 언론이 갖는 중차대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1987년 10월29일 동아일보 사회면 1단 기사 중 일부다. 공안 당국의 감시를 피해 조기축구 모임으로 위장한 한국일보사 기자들은 국내 언론사 중 첫 합법 노조를 출범시켰다. 민주화 물결을 타고 다른 언론사들도 잇따라 노조를 설립했다. 그 해 12월9일 MBC가 노조를 설립했고 이듬해 부산일보(1월22일), CBS(1월25일), 경인일보(3월15일), 경향신문(3월19일), KBS(5월20일), 대전일보(7월12일), 한겨레신문(12월10일) 등이 뒤따랐다.


노조 창립 30주년 행사장에서 험난했던 투쟁도 생생하게 들었다. 부산일보 노조. 1988년 합법 파업 중 윤전기를 6일간 멈춰 편집국장 3인 추천제를 쟁취했다. 경향신문 노조. 독자 신뢰 상실에 대한 반성으로 힘겹게 노조를 창립했지만 1989년 간부 5명이 강제 해직됐다. CBS 노조. 대통령에게 충성 화환을 보낸 사장 퇴진을 위해 2000~2001년 언론사 최장기 265일간 파업을 벌여 사장을 쫓아냈다.


선배들의 희생으로 언론 노동자들의 권익은 30년 전보다 향상됐다. 그러나 언론사 노조들이 초기에 강력하게 요구했던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은 미완의 과제다. 공영방송을 탐한 MB정부와 박근혜정부는 구성원들의 처절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방송을 장악했고 보도의 독립은 내팽개쳐버렸다. 다행히 정권 교체 후 생존권을 건 파업 끝에 KBS와 MBC는 정상화 과정을 밟고 있다.


KBSㆍMBC와 달리 준공영방송인 YTN 구성원들은 차가운 길바닥에서 63일째 사장 퇴진을 외치며 파업 중이다. 적폐 세력에 둘러싸인 최남수 사장이 취임 전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 박진수 YTN지부장과 해직기자 출신인 노종면 앵커를 보도국장에 임명하겠다고 3자 합의를 하고도 취임 후 파기한 게 파업의 발단이었다. 합의 파기로 보도국 독립과 적폐청산 의지가 없다는 게 확인되고 이후 드러난 최 사장의 결격 사유들로 인해 그의 YTN 사장 직 수행에 대한 회의는 극에 달했다.


민영 언론사들은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난제를 머리에 이고 산다. 미디어 산업의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광고와 협찬이라는 달콤한 과일로 유혹하는 자본의 힘을 뿌리치기가 결코 쉽지 않다. 몇몇 언론사 간부들이 원활한 광고 수주를 위해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에게 보낸 충성 문자메시지는 언론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노동3권을 무시하는 사측에 맞서 부분 파업 끝에 임단협 협약을 체결한 뉴시스지부의 존재는 비극이다.


‘언론 노동자들이 언론 자유 수호를 통해 사회민주화라는 사명에 충실할 때 사회는 발전해 왔다.’ 한국일보지부장이 된 후 1년간 굴곡진 여러 언론사 사정을 접하며 내린 결론이다. 언론 자유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민주주의 발전을 가속화하는 사회민주화의 알파와 오메가다. 언론 자유 완성의 사명을 믿는 언론 노동자들은 과거 30년 동료의 피와 눈물을 벗 삼아 사회를 진보시켰던 것처럼 미래 30년도 강고한 연대로 험난한 여정에 지체 없이 뛰어들 것이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