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모바이크라는 기업이 있다. 공유자전거 회사다. 요금을 내고 시내 여기저기 있는 대여 장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탔다가 반납하는 모델이다. 대기오염과 교통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서비스라는 의미가 있지만, 이 비즈니스는 사실 그 자체만 보면 돈을 벌기가 쉽지 않다.
대여료를 보면 알 수 있다. 30분 빌리는 데 우리나라 돈으로 100~200원 수준이다. 고객에게 받는 돈은 그렇게 적지만, 비용은 많이 든다. 수백만 대의 자전거를 갖춰야하고, 사물인터넷(IoT) 등 최신 IT 기술로 시스템도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모바이크는 기업가치 27억 달러(약 2조8800억원)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기업)의 대열에 올라섰다. 서비스를 시작한지 2년밖에 안됐는데, 회원 수가 2억명이고, 하루 자전거 이용객 수는 3000만명에 달한다. 투자받은 돈도 10억 달러(약 1조700억원)나 된다.
‘공유’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어서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사실 자전거 대여업은 우리 주위에 예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존재하는 업종이다. 유원지나 광장에서 자전거를 빌려주는 서비스 말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 모바이크라는 회사를 유니콘으로 우뚝 서게 만들어 주었을까. 모바이크가 유원지 한 구석에 자전거를 쌓아두고 있다가 찾아오는 이들에게 자전거를 ‘그저 빌려주기만’ 했다면 이렇게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거액의 투자 유치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이 대목에서 인터넷 시대를 맞이해 수익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언론들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후웨이웨이 모바이크 창업자 겸 회장은 며칠 전 중앙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1조원이라는 거액의 투자금 중 상당 부분을 사물인터넷(IoT) 등 기술 도입에 썼다고 말했다. 단순대여가 아니라 기술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 결과 이동통신용 심(SIM) 카드와 글로벌위치확인시스템(GPS) 칩이 내장되어 있는 900만대 자전거를 통해 회사는 실시간 수요와 동선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대여방법도 무척 쉽다. 자전거에 붙은 QR코드를 앱으로 찍으면 된다.
모바이크가 이런 시스템을 통해 하루에 수집하는 빅데이터는 30테라바이트(TB)에 달한다. 전 세계 2억명 회원의 교통과 이동 데이터를 모으고 있는 거다. 곧 도래할 자율주행자동차 시대에 이 데이터는 금맥이 될 수도 있고, 새로운 서비스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유원지나 동네 광장에서 시간당 얼마를 받고 일반 자전거를 빌려주는 서비스는 존재하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첨단 IT 기술을 통해 자전거를 빌려주며 인간의 이동 데이터를 확보해 이를 활용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다. 우리 언론은 ‘추억의 옛 서비스’에 머물러 있을 것인가. 생각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