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안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 속에 토지공개념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청와대가 공개한 개정헌법안 총강에 ‘국가는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며 토지공개념을 적시하면서다.
토지공개념은 19세기 경제학자인 헨리 조지(Henry George)의 저서 ‘진보와 빈곤’에서 유래했다. 헨리 조지는 사회의 진보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빈곤과 주기적 경제불황이 생기는 원인으로 토지의 사유를 지목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토지가치세를 도입, 지주의 불로소득을 모두 세금으로 거둬들여 ‘공유’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생산수단의 사적소유를 허용하지 않는 사회주의적 토지사상과 궤를 같이해 자유방임적 토지 소유권의 남용으로 인한 사회적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나타난 ‘개량주의적 토지 사상’이다. 토지는 천부적인 자원이자 모든 사람의 삶의 터전이기 때문에 일반 재화에 비해 공공성이 높다는 사실을 근간으로 한다.
우리나라 헌법 제123조는 ‘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민법에서도 제122조 토지소유권의 범위를 통해 ‘토지의 소유권은 정당한 이익 있는 범위 내에서 토지의 상하에 미친다’며 헌법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처럼 현행법은 이미 토지공개념에 대한 법적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헌법에 명시하는 건 참여정부 때 겪은 ‘위헌 시비’를 원천 차단한 후 토지 규제를 강화하고 국가 재량권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자본주의가 가장 발달한 미국도 이미 18세기 말 건국 초기부터 토지공개념을 조세 제도에 도입했다. 하지만 토지공개념이란 표현을 헌법에 적시하고 이를 기반으로 토지관련 법령과 제도를 시행하는 나라는 드물다.
진보세력의 시장에 대한 불신은 숙명적이다. 시장은 기본적으로 ‘사리 추구’의 메커니즘 위에서 작동하며 필연적으로 불평등을 낳아 사회 진보를 가로막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 정권은 참여정부 시절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해 토지공개념을 되살리며 부동산과의 전쟁을 치렀지만 실패했던 유산을 안고 있다. 헌법에 토지 공개념을 넣는 건 참여정부 적자인 문재인 정부의 ‘한풀이’라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시장과 소통하고 타협하지 않는 진보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사회주의적 평등의 잣대로 재단하려는 시도는 위험하다. 토지 공개념의 창시자인 헨리 조지가 19세기를 정점으로 해서 서구 문명이 하강할 것이라고 단언했으나 역사는 오히려 거꾸로 흘러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명시하려면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은 시장친화적이어야 한다’는 점도 적시해야 한다. 스스로 이념적 도그마를 깨고 시장과 소통하며 ‘제3의 길’을 표방하는 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노무현 정부보다 진보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