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꼬장으로 가득찬 '엽기 음주 기록'

'X기자 부부의 음주활극' 연재 중인 오승훈 한겨레21 기획편집팀장

오승훈 한겨레21 기획편집팀장. /박미향 한겨레 기자 제공 오승훈<사진> 한겨레21 기획편집팀장. 그는 X기자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지난해 한겨레21로 컴백해 다시 1년 가량 ‘X기자 부부의 음주활극’을 재연재 중인 바로 그 X기자다. 오 팀장은 지난 12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와이프 캐릭터는) 읽는 사람 재미를 위한 과장이 있다”면서 “단 (기자 양심을 걸고) 70~80%는 사실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날 술 먹는 얘기니 이젠 쓸게 없다. 와이프가 ‘에피소드 만들어줘?’하는데 그것도 난 힘들다. 지금은 어차피 나갈 유흥비 벌자고 하는 것”이라고 고백했다. 한겨레21은 오 팀장에게 원고료 대신 술값을, 칼럼 당 10만원씩 실비로 제공해 왔다. 그는 “기자협회보에 한겨레21도 모르는 폭로를 하겠다. ‘[단독] X기자 절필 선언’으로 써야 한다”고 했다.


2011년 당시 박용현 한겨레21 편집장(현 한겨레신문 편집국장)이 부부의 음주행각을 듣고 제안한 이 코너는 맛집 소개를 표방했지만 표방만 했다. 대신 똥·오바이트 얘기, 술꼬장으로 가득찬 '엽기 음주 기록'이 격주로 지면을 채웠다. '술은 큐피드였고, 마음의 버튼이었고, 사랑의 묘약'이라 외치는 부부, 독특한 주변인물들의 에피소드는 술꾼들을 전도(‘주객전도’)하다가 술로 다 죽이는 시즌2(‘킬링캠프’)를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 술자리 이야기를 스트레이트 기사, 편지 등 다양한 형식과 표현으로 녹여낸, 유머 있는 글쓰기로 팬이 많은 코너다. 책도 내 2쇄까지 찍었다.


길지 않은 인터뷰였지만 그가 유머 있는 글쓰기를 진지하게 생각해왔다는 걸 느끼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한겨레는 재미있는 글쓰기를 할 지면이 있었어요. 김은형, 김소희, 김소민 기자로 이어지는 말랑말랑한 글쓰기의 계보도 있고 저도 그 안에 있다고 봐요.” 오 팀장은 “사실 내가 잘 쓴 건 데 겸손한 표현을 좀 하고 싶다”고 귀띔했다. “우리 언론에 (그런 글쓰기가) 많았던 거 같진 않고요. 글은 근엄하고 엄숙하고 의미·교훈이 있어야 되고 그런 시대는 지난 거 같아요. 예능, 드라마처럼 신문도 위로를 주고, 읽는 행위 자체가 즐거움이 돼야 하는 거 아닌가, 어깨에 힘 뺀 친구 같은 기자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요.”


오 팀장은 어떤 술을 가장 좋아하냐는 질문에 “안주 따라 다르다”는, 일도양단의 명쾌한 답을 내놨다. “제일 좋아하는 건 소맥. 말아먹는 비율은 업계 통용되는 반반 딱 한 잔 털어먹기”라는 속사포 설명이 붙었다. 보통 주중 5일 내내 “젖어 있는 상태”인데 “요새 일이 많아 2~3일만 먹는다”는 그는 인터뷰 당일도 필동에서 술 약속이 있다고 했다. 침이 고이는 듯 ‘소맥’, ‘제육’, ‘냉면’이란 단어를 말하며 입맛을 다셨다.


2010년 입사해 한겨레 사회부, 탐사기획팀, 토요판팀, 정치부를 거친 오 팀장은 사실 사학비리, 하이닉스, 조현아 항공기 강제회항 보도 등으로 유수 기자상을 받은 기자이기도 하다. “제 회사 이메일 아이디가 vino인데 라틴어로 술이에요. 힘 센 자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기자가 되고 싶고요. 나아가 독자들에게 소주 한 잔 같은 위안 주는 기사를 썼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정색하고 써야 될 것도 있지만 그 태도는 중요한 거 같아요. 빌 브라이슨처럼 저도 전공인 역사를 연재물로 재미있게 써볼까 막연히 생각해보는데 당장은 아닌 거 같고요. 어떻게 확장할지는 저한테도 과제네요.”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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