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과 남북화해·협력을 위한 보도제작준칙 (1995)> 전문에서 “우리는...화해와 신뢰분위기 조성에 기여하기보다는 불신과 대결의식을 조장함으로써 ‘반통일적 언론’이라는 오명을 씻어내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러고도 우리는 냉전저널리즘에서 벗어나지 못해왔다. 그 이유는 시장에서 잘 팔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타파할 결의와 노력이 부족해서다. 그 과정에서 희생된 건 민족이었고 진실이었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 우리에게 그리고 우리의 저널리즘에게 물어보자.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한 한반도 정세 변화에 대한 보도는 아직도 분쟁 보도인가, 이제부터는 갈등해결 보도인가? 이번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저널리즘은 한반도를 폭발 직전의 분쟁지역에서 평화를 향해 나아가는 화해국면 지역으로 보고 접근하는 것이 옳다. 이제라도 냉전의 선전·선동을 배제하고 ‘민족이라는 사실’과 ‘민족이라는 진실’을 깊이 고민하자. 물론 집권세력을 위한 캠페인을 전개하자는 것이 아니다. 민족문제의 구조, 남북대결의 본질을 투명하게 보여주고 설명하는 전문적인 평화통일 저널리즘을 갖추자는 것이다.
제이크 린치와 요한 갈퉁은 <Reporting Conflict : Directions in Peace Journalism>에서 ‘한반도 보도’에 대해 나름의 가이드라인을 서구 언론들에게 피력한다. 읽다보면 부끄러움은 우리의 몫이지만 간략히 줄여 소개한다.
1. 강대국들만 보도하지 말고 한반도를 보도하자. 강대국 위주로 보도하는 거야 당연하지만 한반도는 분명 그 자체로 주목받아야할 권리가 있다.
2. 양측의 엘리트만이 아니라 한반도의 사람들에 대해 보도하자. 이제는 한반도의 보통 사람들이 자신들의 주변 상황과 운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
3. 남북한 사이의 차이점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에도 초점을 맞추자. 한반도 미래의 열쇠는 한민족이 공유했던 그리고 지금도 공유하고 있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
4. 명백한 사실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한반도는 누군가의 노리개가 되려는 게 아니다. 한반도는 한반도가 되길 원한다. 한반도연합, 한반도연방, 통일한반도…. 어떤 것이든 문제의 초점은 누가 이기는가가 아니라 서로가 잘 살 수 있는 새로운 체제의 구성이다.
5. 한반도의 과거에 대해 너무 심하게 말하지 말자. 그리 된 건 다 이유가 있다. 언론은 부정주의를 넘어서야 하고 잠재된 희망과 가능성을 보도해야 한다. 이것은 한반도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6. 통일과정을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 언론은 겉으로 드러난 것을 비추는데서 끝나지 않고 사람들이 세상을 잘 이해하도록 세계를 투명하게 만들고 숨겨진 장애물과 긍정적 요소를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