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후인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만난다. 이 정상회담이 역사에 길이 남을 메가 이벤트라는 점은 취재 등록 기자 수에서도 확인된다. 이번 정상회담의 메인프레스센터인 일산 킨텍스에 등록한 취재진은 24일 청와대에 따르면 360개사, 2850명에 달한다. 외신 184개사, 869명을 포함한 숫자다. 현장 등록도 가능한 터라 27일 당일엔 3000명도 쉽게 넘길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예상이다. 지난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의 취재진은 내외신을 모두 합쳐 1315명, 2007년은 1392명이었다. 이번 2018 남북 정상회담의 취재진은 그 두 배를 뛰어넘는 규모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22일 기자들에게 “올림픽 등 스포츠 부문이 아닌 정부 개최 행사에서는 최대 규모의 취재단”이라고 말했다.
열기도 뜨겁다. 특별취재팀 또는 태스크포스를 꾸려 정상회담 취재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이 기자들에게 있어 언론 본연의 역할을 최대치로 보여줄 수 있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지난 2000년, 2007년 남북 정상회담과는 언론 제작 환경도 달라졌다. 디지털과 모바일 제작 환경에서 언론사들이 처음으로 진검 승부를 펼치는 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2018 남북 정상회담은 언론에게도 저력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 할 수 있다.
정부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언론의 역할을 인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상회담 준비에 한창인 19일, 언론사 사장단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언론은 정부의 동반자”라고 말했다. 정상회담 국면에 있어서 언론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어떤 기조를 가져갈 지는 물론 각 언론사의 신성한 자유다. 그러나 팩트의 왜곡 없이 흥미와 재미, 의미의 삼박자를 갖춘 콘텐츠를 만들어내야 하는 건 언론사들의 책무다. 언론에 대한 수용자들의 신뢰를 되찾고 위상을 되세우기 위해서다. 같은 팩트를 다양한 언론사들이 어떻게 요리해낼지 관심이 쏠린다.
뿐만 아니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언론 교류를 활성화할 방법도 모색해 봄직하다. 지난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 언론 교류에도 물꼬가 트였던 바 있다. 그 해 6월에 열렸던 남북 정상회담 두 달 후인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남측 언론사 사장단을 평양으로 초청했다. 방북 사장단은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의 책임주필과 만나 남북 언론 기관 공동 합의문에도 서명했다. 민족의 단합을 이루는데 이바지하고 상호 비방과 중상을 중지한다는 게 골자였다. 이런 장면이 2018년에 보다 더 발전된 형태로 재현되지 말란 법이 없다.
북한 선전선동부의 철저한 감독 하에 제작되는 관영 매체들과 한국 언론사들이 잘 화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큰 틀의 언론에서 남북이 함께 만나 교류의 첫발을 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는 진전이라 할 것이다. 언론이 역사를 기록할뿐 아니라 역사를 스스로 개척할 수도 있다는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저널리즘의 신뢰 회복과 함께 남북 문화 교류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인가. 2018 남북 정상회담을 어떤 계기로 살려갈지는 다름 아닌 기자들 손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