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10km씩 달려... 마라톤 사랑하는 '서초동 사법 기자'

[인터뷰] 이범준 경향신문 사법전문기자
"법원, 생각보다 여러 일 많이 생겨... 그걸 쉽게 전달하는게 내 역할"

이범준 경향신문 사법전문기자. 마라토너, 라고 소개해야 할까, 잠시 망설였다. 풀코스 완주를 20번 가까이 하고, 마라톤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일본 오사카와 나가노까지 날아가는 남자. 매일 아침 10km씩, 한 달에 200km 이상을 달리는. 달리기 얘기가 나올 때 유독 활기가 넘치던 이 사람. 하지만 서초동에서도 ‘알아주는’ 법조 기자이며, ‘경제민주화로 가는 길, 기울어진 법정’ 시리즈로 3월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한 그의 ‘남다른 이력’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지난 연말, 이범준 경향신문 기자에겐 새로운 타이틀이 생겼다. ‘사법전문기자’. 세계일보에 있던 2004년부터 법조 분야만 취재해 온 그의 전문성이 ‘공인’된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 왜 ‘법조’가 아니라 ‘사법’일까? “법조란 표현이 이상하게 느껴졌어요. 법조는 법조인을 다루는 세계라는 느낌이 강하잖아요. 네이버 사전을 봐도 법조와 법조인이 같은 말로 돼 있어요. 일본에서도 사법기자라고 하는데, 법조기자 보다 사법기자가 맞는 표현이 아닌가 싶어요.”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그는 신문사에 입사하며 문학 담당 기자를 꿈꿨다. 그런데 법조를 출입하면서 “법을 좋아하게 됐고”, 언젠가부터 책장에는 “시나 소설보다 법서가 많아졌다”. 그러다 미국 워터게이트의 주역, 밥 우드워드가 쓴 <지혜의 아홉 기둥>을 읽고 헌법재판소에 관한 책을 써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당시 다니던 회사(매일경제)까지 그만 두고 1년에 걸쳐 <헌법재판소, 한국현대사를 말하다>라는 책을 썼다. 그에게 ‘올해의 법조기자상’을 안긴 이 책은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재로 채택됐고, 일본에서도 번역 출판됐다.  


2012년 아예 법학 대학원에 진학한 그는 틈틈이 재일조선인의 역사를 기록한 <일본제국 vs. 자이니치>를 쓰고, 일본 원서 <이즈미 도쿠지, 일본 최고재판소를 말하다>를 번역하는 등 ‘논픽션 작가’로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왔다. 헌법재판소에 이어 법원, 로펌, 검찰을 주제로 ‘법조 4부작’을 완성하겠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결승선을 향해 42.195km를 쉬지 않고 달리는 마라톤 선수처럼, 한 번 붙든 분야는 깊게 파고들고야 마는 이 기자의 근성은 판결문보다 꼼꼼한 그의 기사에서 더 빛난다. 법조계 내부를 현미경 보듯 들여다보며 의미와 맥락을 정교하게 집어내는 그에게 판사나 변호사들이 종종 의견을 구하기도 한다는 것은 별로 놀라운 사실도 아니다.


우리는 매일 뉴스를 통해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을 거의 실시간으로 접하고 있지만, 법원에서 이뤄지는 재판과 판결들이 법률만큼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은 좀처럼 자각하지 못한다. 이 기자가 법원과 시민의 가교 역할을 자임하는 건 그래서다. “법원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나 법원의 역할을 시민들에게 잘 전달하고 이해를 돕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이를 통해 법원에 대한 신뢰가 회복될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죠.”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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