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은 떠내려가고 의문만 남은 '드루킹 사건'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최초 보도부터 되짚어보니

네이버 기사의 댓글 추천수를 조작한 드루킹(49·구속 기소) 사건과 관련한 뉴스가 연일 쏟아지는 가운데, 오보와 왜곡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취재 과열 속에서 무리한 보도가 나오는가하면, 수사 중인 상황에서 단정적인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민주언론실천위원회(민실위) 보고서를 통해 “시청자들은 본질적인 궁금증을 해소하거나 핵심 쟁점이 무엇인지 판단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자사 보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처음 언론 보도가 나온 건 지난 2월1일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서다. 당시 블랙하우스에서는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과 관련한 기사에 달린 ‘문재인 정부 비판 댓글’의 추천수가 ‘매크로’(한꺼번에 여러 댓글이나 추천 등을 자동적으로 올릴 수 있는 프로그램) 조작을 통해 부풀려졌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은 이와 관련해 경찰에 고발했고, 수사가 시작됐다.


그렇게 잠잠해지는 듯 했다. 하지만 두 달 후 한겨레는 <‘정부 비방 댓글 조작’ 누리꾼 잡고 보니 민주당원(4월13일)>이라는 제목의 단독 보도를 통해 ‘드루킹’을 정국의 핵으로 급부상시켰다. 한겨레는 “네이버 등 인터넷 포털에서 문재인 정부 비방 댓글을 쓰고 추천수 등을 조작한 혐의로 누리꾼 3명이 구속됐다. 이들 가운데 2명은 민주당 당원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다음날(14일) 조선일보는 드루킹 관련 소식을 1면과 3면, 4면을 통해 집중 보도했다. 조선은 <‘댓글 조작’ 민주당원 與 핵심과 비밀문자> 등의 보도에서 “이들이 여당인 민주당 핵심 의원과 메신저로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민주당과의 연관성에 주목했다.


이날 저녁 TV조선도 ‘뉴스7’에서 <‘댓글 공작팀’, 더민주 김경수 의원과 수백차례 비밀문자> 리포트를 통해 “경찰은 ‘댓글 공작팀’의 주범과 수백 건의 문자를 주고받은 여권 인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 김경수 의원이라고 확인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을 처음으로 언급함과 동시에, 문 대통령의 측근임을 강조한 것이다.


야당의 공세와 함께 언론보도도 앞다퉈 이어졌다. <“드루킹, 김경수가 기사 URL 보내자 ‘처리하겠습니다’ 답변”> 등의 기사는 관련 의혹을 증폭시키기 충분했다. 최순실 게이트에 빗대 ‘드루킹 게이트’로 명명하는 언론부터, 지난 2012년 대선 때 나온 국정원 여론조작과 동일시하는 보도까지. 민주당 차원의 불법 여론조사 지시와 자금 흐름이 나오지 않았는데, 국가권력이 연루돼 사법부 판단까지 나온 사건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취재 과열 속에서 지난 19일에는 김 의원이 경남지사 출마 선언을 취소하자 ‘불출마’ 관측과 함께, ‘압수수색 오보’(YTN) 해프닝이 빚어졌다. 팩트 확인을 하지 않고 최초 보도를 한 YTN의 기사를 받아쓴 언론사들이 줄줄이 오보를 낸 것이다. 지난 23일에는 TV조선의 A기자가 무단침입 및 절도 행위로 논란을 일으키며 사과 방송까지 했다.


핵심에서 벗어난 정황 보도로 시청자들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8일 MBC <뉴스데스크>는 <2016년에도 여론 조작 핵심 공범도 영장> <‘옥중지시’까지? 체포 이후에도 영향력> <이번엔 ‘경인선’? 오프라인 모임도 주도> 등의 리포트로 드루킹 사건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MBC 민실위는 “리포트의 본문을 보면 드루킹이 여권과 연결됐다는 근거를 찾기 어렵다. 이런 행위가 정치적 목적이었는지, 아니면 단순히 자기쪽 글이나 팟캐스트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었는지 밝혀지지 않았다”며 “그런데 앵커멘트는 ‘진보진영에 유리한 댓글을 달고 공감 수를 조작했다’고 단정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핵심 쟁점은 (드루킹의) 브로커 조직이 더불어민주당 또는 김경수 의원 지시에 따라 여론조작을 했는지, 대가로 돈이나 총영사 자리를 거래했는지의 여부”라고 꼬집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24일 기자협회보와의 통화에서 “한 정당이 공세를 이어가면 언론은 그 행위 자체가 팩트인지를 파악해야 하고, 그게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검증하고 보도를 할지 판단해야 한다”며 “지금은 그런 맥락이 완전히 제거되고 개연성을 입증할 수 없는 의문들만 양산해내고 있다. 선거 시기인 만큼 철저한 검증과 신중한 보도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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