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7일, 마치 한편의 드라마와도 같은, 믿기 힘든 역사적 사건이 우리 앞에 펼쳐졌다. 오랜 갈등 상황을 종식시키고 한반도에 새 시대, 평화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을 남북 두 정상이 제공해 준 것이다.
이 새로운 시대에 대한 희망은 가슴을 벅차오르게 하지만, 동시에 이 기회를 한 순간에 날려버리지 않도록 온 민족이 지혜를 모아야 할 텐데 하는 초조함도 앞선다. 그 초조함의 한켠에는 언론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 오랫동안 우리 언론의 북한 보도가 억측과 오보, 왜곡 보도로 점철됐기 때문이다. 이는 북한의 폐쇄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언론 스스로 사실 확인의 규율을 애써 무시했던 경향, 남북교류가 끊기면서 대북정보 수집량이 급격히 줄어든 것, 지난 정권에서 여론조작을 위해 북한관련 가짜뉴스 제작을 지원한 것 등 다양한 요인들이 빚어낸 결과다.
언론단체들 역시 이러한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한 듯하다. 지난달 24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언론본부는 ‘4·27 남북 정상회담’ 관련 긴급 성명을 발표하면서 ‘평화통일과 남북화해 협력을 위한 보도제작 준칙’을 언론이 철저히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언론은 이러한 준칙을 준수하고 있을까?
외신기자들마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는 지난달 27일, 안타깝게도 일부 한국 언론은 이 역사적 사건마저 클릭 장사의 도구로 생각했던 것 같다. ‘김여정 출산설’, ‘김정은의 체질’, ‘리설주 전남편 루머’ 등 사안의 본질과 관련 없는 보도들이 상당히 눈에 띄었다. 게다가 중앙일보 온라인판은 지난달 29일 ‘김정은이 “민망하다”던 北교통, 영상 날것 그대로 보니’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북한의 열악한 교통상황을 ‘소달구지’에 짐을 실어 나른다거나, 곳곳이 비포장도로라거나 자전거가 차량보다 더 많다는 등의 내용을 담아 전달했다. 이런 기사들은 남북긴장해소 노력, 각종 추측보도 및 희화적인 소재 지양, 통일지향 가치추구, 냉전시대 관행 탈피, 남북차이 이해 노력, 남북 동질성 부각 등 관련 보도 준칙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언론의 대북보도는 훨씬 더 신중해져야 한다. 북한 전문 기자가 그리 많지 않은 상황에서 차별적인 심층 분석을 제공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상업적 목적의 선정적 보도나 왜곡보도, 체제우위적인 태도로 북한을 무시하는 보도는 지양하기를, 나아가 수없이 쏟아질 북한관련 가짜뉴스를 철저히 검증하고, 사실에 근거한 정확한 보도를 위해 힘써주기 바란다.
지금과 같은 대격변의 시기에 언론이 북한관련 오보나 근거 없는 추측성 보도, 남북 간의 갈등을 유발하는 보도를 쏟아낸다면, 이는 단지 기레기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는 정도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다. 한반도 평화는 보수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민족의 운명이 달린 문제다. 거기에 언론이 재를 뿌려서야 되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