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결별할 준비는 됐나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드루킹 댓글 조작사건’을 계기로 언론사들이 일제히 네이버 화면에서 뉴스를 읽는 ‘인링크’ 방식을 없애고 ‘아웃링크’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네이버에서 기사를 검색하면 해당 언론사 사이트로 이동해서 보고 댓글도 달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네이버는 지난달 26일 뉴스콘텐츠 제휴를 맺고 있는 언론사에 “큰 틀에서 아웃링크 전환에 참여할지, 현행 인링크를 유지할지 5월2일 오후 1시까지 회사 차원의 공식 입장을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다만 아웃링크 제휴 방식을 택하면 전재료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과 언론의 집중 포화에 아웃링크의 공을 언론사에 넘긴 것이다. 네이버의 갑작스런 제안에 언론사들은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웃링크로 전환한다고 해서 이용자들이 자사 사이트로 찾아온다는 보장이 없고, 디지털 수익의 상당 부분을 전재료에 의지하는 언론사들로선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다. 인터넷 언론사에게 네이버는 이용자와 만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창구이다. 입장이 다른 언론사에 아웃링크 찬반 여부를 묻는 것은 언론사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네이버의 힘은 막강하다.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행한 ‘디지털뉴스 리포트 2017’에 따르면 국내 이용자들의 77%가 포털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고 있다. 반면, 언론사 홈페이지로 뉴스를 본다는 경우는 4%에 불과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7 언론수용자 의식 조사’에서 지난 1주일간 뉴스를 이용한 포털이 무엇인지 조사한 결과 네이버는 93.2%를 차지했다. 포털을 중심으로 한 뉴스 소비 환경으로 언론사 브랜드 파워는 약화되고 있다. 아무리 디지털 혁신을 한들 네이버의 ‘가두리 서비스’에 갇힐 수밖에 없다. 특히 네이버가 기사 배열을 독점하고 있는 현실에서 네이버의 선택을 받지 못한 기사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아웃링크는 뉴스 소비의 블랙홀인 네이버를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용자가 언론사를 선택해 들어오면, 언론사는 양질의 콘텐츠로 이용자가 재방문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아웃링크에 대한 치밀한 준비가 돼 있는지는 의문이다. 언론사 사이트에 한번 가보라. 선정적 광고가 덕지덕지 붙어있고, 뉴스를 읽다보면 여기저기서 광고가 툭툭 튀어나온다. 이용자 친화적인 사이트는 결코 아니다. 광고 수익을 올리기 위해 클릭 경쟁에 집중함으로써 어뷰징과 낚시성 콘텐츠가 다시 기승을 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웃링크 방식이었던 네이버 뉴스캐스트 시절 익히 보았던 모습이다. 이런 이용자 환경과 뉴스 장사로 저널리즘의 품질을 높이고 언론사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드루킹 댓글 조작사건’이 촉발한 네이버에 대한 문제 제기는 디지털 플랫폼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모아져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네이버는 영향력에 준하는 사회적 책무를 감당해야 한다. 시한을 정해 언론사들에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미봉책으로 어물쩍 넘어가려 해서는 안 된다. 언론사도 고품질 콘텐츠 제작과 이용자 편의 개선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지금보다 더 혁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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