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하라는 대로 살았다. 그렇게 중‧고등학교를 보냈고 대학에 진학했다. 졸업 후엔? 취업에 목숨 걸며 공부했는데 실패만 거듭했다. 그 사이 주머니 텅텅 빈 서른 살이 됐다. 어째 열심히 살면 살수록 더 가난해지는 것 같다. 이승주 뉴시스 기자는 궁금했다. 대한민국 청년들은 왜 원룸 월세살이를 벗어나지 못할까. 고시원을 전전하다 6수 끝에 취업한 자신에게 던진 질문이기도 했다.
수습을 뗀 2015년부터 줄곧 부동산을 담당한 이 기자는 그 답을 찾아 나섰다. 30년 남짓한 삶의 궤적을 되짚어보니 그와 같은 청년들은 입시와 취업을 위해 '보여주기식' 공부만 했을 뿐이었다. 어떻게 자산을 모으고 삶의 터전을 마련할지 고민할새 없이 살아온 세대다.
"부동산은 생존의 문제예요. 부동산을 모르면 돈과 집에 삶을 끼워 맞춰 수동적으로 살 수밖에 없거든요. 한 번만 삐끗해도 월세에서 벗어날 수 없고 하우스푸어, 렌트푸어로 전락할 수 있어요. 3년간 부동산을 출입하며 20대야말로 부동산 공부가 필요하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가 최근 책 <토익보다 부동산>을 펴낸 이유다.
스무 살 이후 이사를 수십 번 다녔지만 부동산엔 관심 없었다. 언론사 입사 후 이름도 생소한 건설부동산부에 배치됐는데 아는 게 없었다. 기본 상식도 몰라 취재원에게 타박받은 일도 있었다. 자괴감에 하루하루를 보내던 그때 부동산 서적을 뒤지고 또 뒤졌지만 4050세대를 위한 투자책 뿐이었다. 결국 서점을 나와 현장에서 고군분투하기로 했다. 3년간 부동산을 공부하고 취재하며 쌓아온 자산과 자신의 경험을 이 책에 녹였다.
"부동산을 출입하다 보니 우리 사회의 자산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주범이 부동산이더라고요. 취재하면서 2030세대를 많이 만났어요. 다들 열심히 살았는데도 부동산에 일찍 눈 뜬 이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빈부 격차가 컸습니다. 청년들이 월세방을 전전하지 않으려면 부동산을 공부해야 한다는 걸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기획부터 출간까지, 1년 반의 시간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당시 3년차였던 이 기자가 혼자 해내기엔 버거울 때도 많았다. '한창 현장 뛸 연차에 책 쓴다고 일 안 한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일할 땐 더 열심히였다. 책 원고는 출근 전 새벽에, 퇴근 후에, 주말에, 휴가 때 틈틈이 써냈다. 이마저도 너무 힘들어 엉엉 울며 쓴 날도 많았다.
그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힘들 줄 알았다면 시작도 안 했다"면서도 "저연차 기자로서 책을 출간하며 배운 게 많다"고 말했다. 먼저 생각의 확장을 꼽았다. 정형화된 틀에 맞춰 기계적으로 쓰던 기사를 되돌아보게 됐다. 일찌감치 기자의 전문성을 고민할 수 있었던 기회이기도 했다.
"책을 쓰고 나니 취재할 때 개별 사안을 넘어 큰 그림을 보게 되더라고요. 부동산부에서 얼마 전 경제부 금융팀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저 스스로 출입처를 대하는 자세가 달라진 것 같아요. 보도자료 처리에만 급급하기보다 업계의 깊은 내용까지 들여다보려 해요. 책 출간이 분명 어려운 작업이지만 젊은 기자들이 한 번쯤 도전해봤으면 좋겠어요. 그만큼 얻은 게 많으니까요. 다만 극심한 스트레스로 성격이 나빠질 수도 있습니다. 하하."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