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28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오바마케어’에 대해 합헌 판결을 했다. 국민 의무 보험 가입 규정을 둘러싼 당시 논란은 전 미국인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그런 만큼 기자들의 취재 경쟁도 엄청났다. 속보경쟁을 벌이던 CNN과 폭스뉴스는 ‘오바마케어 위헌’이란 오보를 쏟아냈다.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 같은 전통 강자들도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진 못했다. 이날의 승자는 변호사 두 명과 법조 출입기자 한 명으로 구성된 스카터스블로그(SCOTUSBlog)란 작은 매체였다. 스카터스블로그는 뛰어난 법률지식과 발 빠른 분석 능력을 앞세워 연방대법원 판결 의미를 정확하게 해석해줬다.
미국의 저명한 언론학자인 미첼 스티븐스는 스카터스블로그의 경쟁 포인트를 ‘지혜의 저널리즘’이란 말로 요약했다.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을 토대로 사안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해석을 해줬단 의미였다.
네이버가 모바일 첫 화면에서 뉴스를 빼겠다고 선언했다. 카카오 역시 뉴스로 고정돼 있는 모바일 다음 첫 페이지를 ‘추천’ 코너로 바꿀 계획이다. 난 두 회사의 행보를 접하면서 엉뚱하게도 스타커스블로그를 떠올렸다. 기자들 역시 스카터스블로그 같은 전문성으로 무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이번 조치는 외부 압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놓은 대책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시기만 앞당겼을 뿐, 바라보고 있던 방향을 향해 가는 것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다만 ‘뉴스는 특별한 콘텐츠’라고 믿는 언론사 입장에선 ‘뉴스도 여러 콘텐츠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포털들의 행보가 쉽게 납득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뉴스의 장점은 24시간 업데이트된다는 점이다. 꼼꼼한 데스킹 과정을 거친 콘텐츠란 점 역시 매력적이다. 반면 포털 입장에선 양에 비해 차별화된 콘텐츠가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비슷비슷한 콘텐츠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뉴스 전략 변화를 바라보는 언론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하지만 포털 플랫폼의 변화는 어느 정도는 예견돼 있었다. 오히려 이번 기회를 계기로 언론의 미래에 대한 존재론적 성찰을 해 볼 필요도 있다. 저널리즘 영역이 전통 언론사 너머로까지 확대되는 신호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케어 보도 경쟁을 주도했던 스카터스블로그는 전통 언론이 아니다. 하지만 전문지식과 분석 능력으로 무장한 그들은 내로라하는 언론들을 압도했다. 굳이 비유하자면, 전통 가수가 ‘복면가왕’ 무대에서 가수 아닌 경쟁자에게 패배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이런 시대를 향해 가고 있다.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수많은 ‘스카터스블로그’들과 맞서야 할 수도 있다. 그런 만큼 언론들도 변화된 시대와 맞서기 위한 존재론적 성찰을 해야만 한다. 국내 포털들의 변화는 그런 시대를 앞당기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을 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