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왈!” “하악!”
요즘 서울 중구 서소문동 정안빌딩 5층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다. 14일 오전 사무실 유리문을 밀치고 들어서니 개 한 마리가 ‘다다다다’ 달려 나왔다. 잠시 후 포대기에 싸인 채 사람 품에 안긴, ‘시큰둥한’ 표정의 고양이도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일보와 네이버가 합작한 반려동물 전문 콘텐츠 회사 ‘동그람이’의 요즘 풍경이다. 자신의 반려견 ‘네로’, 반려묘 ‘김마리’ 얘길 하던 한송아·김보아 에디터는 “동반출근한 지 이제 1~2주 정도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들은 “일반 가정에서도 반려동물이 생기면 공통화제가 생겨서 더 화목해지는데… 확실히 웃음소리도 더 많아지고 부드러워졌고요”라며 달라진 일상을 전했다.
동반 출근은 ‘동그람이’가 한국일보 소유의 미래 신사옥인 현 건물로 지난달 말 이사하면서 가능해졌다. 한국일보가 입주해있는 현 와이즈타워는 ‘동물 출입금지 구역’이었다. 지난해 8월 합작회사 설립 후 공간부족 등으로 고민하던 차 한국으로부터 이사 제안을 받았고, 동반출근도 함께 허락받았다.
‘동물 그리고 사람 이야기’를 줄여 쓴 이 콘텐츠 회사가 지난 2015년 한국일보 뉴스기획팀에서 시작해 길지 않은 시간 만에 어떻게 이만큼 급성장할 수 있었는지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네로’와 ‘김마리’는 주인에게 학대받거나 길고양이 생활로 병을 앓다가 현 주인을 만났다. 이 회사엔 반려동물 장례 휴가가 있다. “개, 고양이가 아파서 좀 지켜보고 출근하겠습니다”가 용인된다. 사회 약자 중 동물을 대변하며 인간다움을 말하는 이 회사의 가장 큰 무기는 말을 실천하는 ‘진정성’과 언론사에서 보기 힘든 ‘자유로움’이 아닐까 싶었다.
네이버 동물공간 ‘판’을 운영하며 ‘동그람이’ 11인의 구성원은 새 시작을 맞았다. 꾸준히 상승해 온 페이스북 ‘좋아요’는 16만을 넘었다. 두 에디터는 더 많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송아 에디터는 “동물권이 바탕이 돼 있는지 진정성이 있는지, 독자들은 안다고 생각한다. 항상 조심스럽다. 급격한 성장으로 반려문화에도 부정적인 게 많은데 그 문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