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성차별은 노골적이진 않지만 여전히 존재한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불쑥 불편함으로 다가오기 일쑤다. 상사에게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예민한 사람’이라는 되치기를 당하기 쉽다. 특히 성추행은 은밀한 공간에서 남몰래 이뤄진다. 용기 있게 피해를 토로해도 ‘꽃뱀’이라는 낙인 속에서 되레 회사를 다니지 못하게 되는 이유다.
MBC가 지난 4월 언론사로서는 최초로 ‘성평등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사내 성차별을 개선하기 위한 대안 마련에 나섰다. 미투 운동 이후 언론계도 남의 일이 아닌 게 되며 조직 문화를 개선하자는 움직임에 따른 조치다. 특히 MBC의 경우 올해만 성추행으로 4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무관용 징계’는 적절한 조치였으나, 실질적인 예방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자협회보는 지난 18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조효정 언론노조 MBC본부 성평등위원장을 만나 사내 성차별 문화를 해소하기 위한 위원회의 역할과 방안에 대해 물었다.
“위원회 이전에는 여사우협회라는 조직이 있고 노조 안에 여성국이 있었어요. 그런데 법적인 기구가 아니다보니 본격적으로 개입하는데 한계가 있었죠. 성평등위원회는 언론노조 MBC본부 직속 기구로,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자’는 취지로 출범했습니다.”
올해 15년차 기자인 조 위원장도 성차별적인 경험을 종종 겪는다. 그는 “입사 초기 술자리에서 연차 높은 남자선배가 별다른 의식 없이 터치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은 술자리가 줄고 문화도 바뀌고 있지만, 여자로서 요구받는 외모나 옷차림 등은 여전하다”며 “대놓고 얘기하지는 않지만 보이지 않는 불편함이 있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사내 비정규직에 대한 성추행은 더욱 심각한 문제다. 조 위원장은 “비정규직이 굉장히 많은데 그 중 80%가 20대 여성”이라며 “여기자가 모르는 공간에서 굉장히 은밀하게 (성추행이) 이뤄진다”고 했다.
노동집약적인 방송환경에서 여성성을 존중받지 못하거나, 업무 분담 과정에서 남성 중심적인 구조가 남아있는 것도 극복 과제다. 성평등위원회가 성추행이 일어났을 때 사후조치와 더불어 일과 가정의 균형을 찾아주는 안을 고민하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조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여성과 남성의 육아휴직제를 손질하고 남성도 출산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하는 개선안도 고려 중”이라고 했다.
MBC는 위원회의 의견을 반영해 비정규직을 포함한 MBC 관련 업무수행자 전원을 상대로 ‘성폭력 실태조사’를 준비 중이다. 이를 토대로 ‘피해자와 가해자의 공간분리’와 함께 ‘인사상의 불이익 금지’, ‘비밀 유지’ 등의 안을 내규에 명시할 예정이다. 여기에 2차 피해를 가한 행위를 성폭력으로 간주하는 조항도 반영할 예정이다. 조 위원장은 “전 직원을 상대로 하는 성폭력 예방교육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MBC 안에 성차별적인 조직 문화가 개선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데 힘 쏟겠다”고 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