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풀이해선 안 될 '청와대 소통 방식'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한 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지난 26일 오후 7시 50분,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그야말로 아연실색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늘 오후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가졌다’는 통지를 받은 것이다. 통지는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단체로 가입해 있는 이른바 ‘단톡방’을 통해 이뤄졌다. 카카오톡이라는 미디어의 특성상 기자들의 확인에 시간차가 발생했고, 특히 이날 밤 뉴스를 준비하고 있던 방송사들이 큰 혼란을 겪었다.


청와대의 공지가 이뤄진 시각은 정상회담이 종료된 지 정확히 2시간 50분 뒤였다. 회담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은 채 ‘문 대통령이 내일 오전 10시 직접 발표할 것’이라는 공지만 전달됐다. 청와대 전속팀이 촬영한 영상이 방송사에 제공됐지만 이날은 오디오가 제거된 상태였다.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스트레이트가 가진 특성상 온라인 기사와 방송사 특보가 쏟아질 수밖에 없었는데, 제공된 정보가 극히 적었고 관계자들이 일제히 함구한 탓에 이날 밤 설익은 보도가 속출했다.


다음 날 공식 발표에 나선 문 대통령은 왜 ‘사후공개’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경위를 설명하고 언론인과 국민들의 양해를 구했다. 북측이 자신들의 형편으로 인해 하루 뒤 관련 내용을 보도할 수 있다고 하면서 우리도 하루 뒤에 보도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회담 당일에는 ‘회담 사실’만 알리고, 자세한 논의 내용은 다음날 대통령이 직접 밝히기로 합의가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이 대목은 기자들이 따로 질문하지 않았지만 문 대통령은 추가 발언을 자청하며 양해를 구하려는 모습이었다.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의 획기적인 물꼬를 틀 수 있는 북미 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 스스로도 ‘세계사적인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 회담이라고 밝히고 있듯 회담 결과에 따라선 그동안 그려보지 못했던 미래가 우리 앞에 열릴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세기의 회담을 앞두고 북미 양측에서 파열음이 나오면서 회담 국면이 파탄을 맞은 상황이었다. 남북정상회담은 이런 상황 속에서 추진됐다. 굉장히 민감하고 복잡한 시기에, 남북 정상이 대화 흐름을 복원하기 위해 고도의 허심탄회한 논의를 필요로 했을 수 있으며 그 소통을 매개하는 방식으로 ‘핫라인’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2차 남북정상회담이 극도의 보안 속에 개최되고, 언론과 국민들에게는 ‘사후공개’ 된 것에 대해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형식의 소통이, 민주주의 국가의 정부가 언론을 향해 제공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인가에 대해서는 문제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국가 정상 간의 만남이 비밀리에 부쳐지고, 모든 일정이 끝난 뒤에야 국영 언론(이번의 경우는 청와대 전속팀)이 촬영한 사진과 영상이 제공되는 방식은 언론 통제가 가능한 중국이나 북한 같은 국가에서 익숙하게 접해온 장면이다.


청와대가 이번 방식을 두고 ‘예외적이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점은 다행이다. 우리는 이런 소통 방식이 또 하나의 관행이 되어선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해두고 싶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정부가 필요에 따라 언론에 ‘보도 관련 협조’를 요청할 수 있는 수단이 얼마든지 있다. 정부의 합리적인 엠바고/오프더레코드 요청이 있다면 기자들은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28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비슷한 고민을 나타낸 만큼 이 문제와 관련해 정부와 기자들 간에 생산적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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