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제에 이어 우리 삶에 대폭 변화를 가져올 주52시간 근무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주요 대기업들은 주52시간 안착을 위해 노동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는 식으로 대응에 나섰다. 또 부족 인력은 채우고 기존 인력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기자들이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하고 있지만, 정작 언론에 있어 주52시간 근무는 아직 꿈 같은 얘기일 뿐이다. 언론사 별로 노사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논의를 시작한 정도일 뿐 뾰족한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 인력 충원을 검토하는 언론사는 극히 드물다.
일부에서는 주52시간 근무시간을 본인과 부서장이 함께 관리한다고는 하나 현실적으로 적용은 쉽지 않아 보인다. 기자라는 특수성을 명분으로 시간을 가릴 것 없이 취재하고 과로가 일상화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우려를 떨칠 수 없다.
디지털이라는 환경변화에 따라 속보에 치이는 기자들은 이미 24시간 대기하는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다. 북미정상회담 시간이 발표된 새벽에 눈을 비비고 일어나 기사를 송고하거나, 가족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일이 터져 테이블 옆으로 가 노트북을 꺼내는 모습도 비일비재하다. 국회 상임위원회나 본회의가 열리면 정치부 기자들은 늦은 밤까지 대기하고, 스포츠 야구 담당 기자들은 매일 야근이다. 일요일에 결혼식장에 가는데 왜 노트북을 챙겨나서야 하는 걸까. 그렇다고 이럴 때마다 개별적으로 근무시간이 추가되지도 않는다.
근본적인 문제는 어디까지를 업무 연장으로 볼지 모호하다는 데서 나온다. 주52시간 체제로의 전환과 함께 근무시간을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펴낸 ‘한국의 언론인 2017’에 따르면 기자들의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약 10시간 5분이다. 이대로만 유지된다면 5일 근무할 경우 주52시간이 가능할지 모르나 근무시간 측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기자들은 혹사당하는 게 현실이다. 물론 업무 특수성을 이유로 기자 스스로도 이를 당연시 여기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취재원과의 식사라거나 휴일에 기사 준비를 위해 책을 읽는 것도 지금은 포괄임금제 형식에 묶여 근무시간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 이따금 주말에 속보 처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이런 건들마다 따져 모두 근무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하는 건 아니다.
기자들은 사명감을 갖고 일한다. 자신의 출입처에서 긴급한 일이 발생했을 때 “주52시간 근무 위반인데”라고 외면할 기자는 없다. 최소 언론의 특수성을 빌미로 암묵적인 초과 근무가 발생하거나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 관행은 뿌리 뽑아야 한다.
언론환경도 주52시간 시스템에 맞춰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된다. 줄어든 노동시간만큼 인력을 충원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면 평일·주말판 편집국 제작인력을 이원화해 운영하는 식의 제작시스템 개선이나 제작지면 조정도 고려해야 한다. 근무시간에 대한 개념 정의 및 제도화도 필요하다. 그런데 아직 언론사 스스로는 전혀 준비가 돼있지 않다. 주52시간 시대 취재환경에 대한 고민이 턱없이 부족하다. 사회에 대한 비판을 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언론이 정작 ‘중이 제 머리 못 깎듯’ 가장 뒤처져있다. 안타깝게도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워라밸(Work-life balance)은 기자들에게는 너무 요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