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쓴 인터뷰 책, 한 달만에 4쇄?

강국진 서울신문 기자
박한식 조지아대 교수 인터뷰해 책 '선을 넘어 생각한다' 발간

강국진 서울신문 기자. “현시점 남북, 북미 관계의 전후 맥락을 설명해 주는 최고의 해설서이자, 북한을 있는 그대로 알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훌륭한 입문서”(프레시안)


강국진<사진> 서울신문 기자가 재미 북한 전문가인 박한식 조지아대 명예교수를 인터뷰해 쓴 <선을 넘어 생각한다>가 서점가에서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한반도에 부는 평화 바람에 힘입어 출간 한 달 여 만에 4쇄를 찍었고,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배명복 중앙일보 대기자 등 이른바 전문가 집단에서도 입을 모아 추천하고 있다.


1939년 만주 태생으로 1971년부터 조지아대에서 40년 넘게 국제관계학을 가르친 박 교수는 미국 내 최고의 북한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평양을 50여 차례 방문하며 북한의 실상을 직접 보고 듣고, 지미 카터와 빌 클린턴 두 전직 미국 대통령의 방북을 주선하기도 했다. 강국진 기자는 체육부 소속이던 2015년 12월, 생활체육 기획기사 취재 차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가 “개인적인 욕심”으로 박 교수와의 인터뷰를 시도했고, 그 3시간의 만남이 인연이 되어 이번 책 출간까지 이어졌다. “인터뷰 말미에 회고록을 한번 쓰고 싶은데 같이 하자고 제안하셨어요. 좋다고 했죠. 그 후에 교수님이 심장 수술을 하시면서 집필 작업은 2016년 11월부터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는 아이폰의 페이스타임(영상통화)으로 하루 1시간, 1주일에 세 번씩 진행했다. 마지막 인터뷰가 딱 50회차였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사이 국내 정치는 최순실 게이트에서 탄핵 정국을 거쳐 정권 교체까지 숨 가쁘게 변화했지만, 한반도의 긴장 수위는 여전히 높았다. 최종 원고를 출판사에 넘긴 지난해 7월 이후의 상황은 전쟁에 대한 공포가 극에 달했던 시기였다. 그런 와중에 “신뢰라는 것은 대화의 전제 조건이 아니라 대화의 결과”라며 남북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북한은 붕괴하지도 않고 붕괴해서도 안 된다”고 말하는 ‘소신’이라니. “박 교수님이 한국 내 보수로부터 공격당한 경험이 있어서 책이 나오고 제가 그런 공격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시더군요. 그러면 ‘다 박 교수가 한 얘기’라고 둘러대라고 하면서요. 당신도 평양의 아는 분들이 불만을 제기하면 ‘강 기자가 쓴 거다’라고 둘러대겠다며 서로 면피하자고, 그런 얘기를 웃으면서 했어요. 그 정도로 상황이 안 좋았던 게 사실이죠.”


원고는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고, 당초 회고록이었던 집필 계획도 대중 강연서 형식으로 바뀌었다. 여러 사정으로 책 출간이 늦어지는 사이 남북 관계는 그야말로 경천동지할 정도로 변했다. 강 기자는 “운 좋게 시점이 맞았다”고 했다. 박 교수 역시 변화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고는 예상 못 했을 거라고, 강 기자는 전했다.


방대한 분량의 인터뷰를 꼼꼼한 사실 확인을 거쳐 체계적으로 정리해낸 강 기자는 “기록을 조직하는 일”을 사명처럼 생각한다. 이유를 묻자 “사학과 출신이라서”라고 답하는 그는 2007년부터 ‘자작나무통신’이란 블로그를 운영 중인데, 거기 쓴 글만 2500편이 넘는다. 박 교수가 초면인 강 기자에게 선뜻 집필 제안을 했던 것도 ‘사관’으로서의 그를 신뢰했기 때문일 터. “수확체증의 법칙을 믿는다”는 그는 “기회가 된다면 통일외교 쪽을 출입해보고 싶고, 더 넓은 세계에서 국제정치를 들여다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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