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희망봉부터 판문점까지… 한겨레, 4만㎞ 평화원정대

지난 4월부터 50박51일 행군
전종휘 한겨레 디스커버팀장 "취재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

한겨레 평화원정대가 지난달 19일 르완다 수도 키갈리의 국제버스터미널에서 단체사진을 찍은 모습. (왼쪽부터) 유덕관, 김명진 기자, 김종균 가한엔터테인먼트 피디, 전종휘 팀장.  /한겨레 제공

“한겨레신문이랑 인터뷰 한 번 해야죠.”


한겨레 평화원정대장인 전종휘 한겨레신문 디스커버팀장이 북한 김정은 위원장에게 하고픈 말이다. 농담이 아니다. 지난 4월 남아공 희망봉부터 우리나라 판문점을 향해 50박51일을 걷고 뛰고 타고 와서 당치 않은 소릴 할 리가 없다. 전 기자는 지난달 28일 잠시 귀국했지만 평화원정대 김명진·유덕관·이완 기자, 김종균 가한엔터테인먼트 피디는 여전히 130여일, 4만km 여정 중 예루살렘 언저리를 헤매는 상태. 그는 “애초 한반도가, 남한이 섬이 아닌 걸 보여드리겠다는 거였고, 중국 단둥에서 평양, 개성을 거쳐 육로로 판문점으로 오면 그걸 보여드리는 거지 않나”라며 “이 기획 끝이 북측 최고 지도자 인터뷰였던 건 한 번도 변함이 없었다. 마지막을 위해 다방면으로 입성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지난 7일 말했다.


11년을 잠잤던 대업이다. 1999년 한겨레에 입사한 전 기자가 창간 20·25주년 기획으로 냈던 이 아이템은 연거푸 ‘킬’됐다가, 올해 창간 30주년 ‘2전3기’만에 빛을 보게 됐다. “해방 후 섬이 돼버린, 닫힌 사회에서 오는 정치적 상상력의 제한이 없었더라면”이라는 아쉬움은 “그걸 돌파할 저널리즘적 상상력은 뭘까”로 맺어져 이 기획이 됐다. 특히 최근 남·북·미 정상회담 국면과 맞물려 묘한 기대를 낳는다. 섬이 아닌 대한민국을 보여주게 될지 모른다고.


다만 여정은 ‘길’의 목표가 목적지에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드러낸다. 길은 지구본을 들어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 대륙 땅끝, 남아공 희망봉에서 서울까지 쭉 그은 ‘선’이다. ‘선’이 목표를 향한 경로라면 ‘점’은 그 자체가 목표다. 주요 취재포인트가 되는 ‘큰 점’ 사이마다 ‘작은 점’이 알알이 박힌다. 평화원정대 홈페이지·페이스북 ‘한겨레 디스커버팀’ 페이지에 업로드 된 ‘보안검색에서 겪은 난처한 일’, 현재 총 29개가 올라온 지면기사에 거론된 ‘환전상 사기’, ‘화장실 바가지 비용’ 등이 사례다. 그렇게 ‘점’이 잇닿아 ‘선’이 되고, ‘선’의 자취가 ‘면’(지면, 화면)이 되는 걸 우린 보는 중이다.


“약속한 취재원 만나고 돌아오는 ‘점 찍는’ 취재를 벗어나자, 외신·국제부에서 못 쓸 걸 쓰자고 했어요. 국가마다 휙휙 기사거리가 바뀌는데 독자가 그때마다 몰입하기 쉽지 않잖아요. 취재행위 자체가 하나의 큰 이어지는 이야기로, 선을 잇는 길 이야기로 이해되길 바라는 거죠.”


기차나 버스 이동 시에도 공부하고 취재해서 계속 콘텐츠를 올리는 일의 반복. 국경이 바뀌면 번화가를 찾아 무조건 유심칩부터 사는 일상. 그런 현지생활이 녹록했다고 하진 못할 거 같다. 도회적인 외모(?)답게 그는 특히 음식 고충을 토로했다. “제일 나쁜 기자가 연락 안 되는 기자죠. 존재 조건이지. 돈이 얼마가 들던 통신이 돼야한다고 당부하고 왔어요… 햄버거, 스테이크 제 돈 내고 사먹은 적이 없는데 만날 먹으며 힘들었어요. 집에서 김치찌개 같은 거 만들어 먹는 거 좋아하는데.”


현재 인도와 중국 비자, 현지 코디네이터 섭외를 처리 중인 전 기자는 조만간 후배 기자와 바통터치를 하고 다시 출국할 가능성이 있다. 아프리카를 거쳤고 유럽과 중동, 중앙·동남아시아를 가야한다. 중국에 이르러 북한을 육로로 가로지르는 과제도 남았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길 위에서 우리가 무엇을 알게 될지 인지 모른다. 전 기자는 “우리가 도로 사정이니 뭐니 훨씬 나을지언정 참 좁게 사는구나, 여기가 ‘다름’에 대해 훨씬 포용적이구나 싶었다”며 “마지막까지 평화의 메시지를 갖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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