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발표된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Digital News Report 2018>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뉴스 신뢰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조사 대상 37개국 가운데 최하위를 차지했다. 설문에 참여한 한국인 2010명 중 단 25%만이 언론의 뉴스 기사를 신뢰한다고 응답한 것이다.
이러한 결과에 놀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언론사의 뉴스가 독자들로부터 외면당하는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 언론의 뉴스 기사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최근 ‘좋은 저널리즘 연구회’에서 발간한 <기사의 품질: 한국 일간지와 해외 유력지 비교 연구>는 한국 언론의 기사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새삼 일깨워준다. 기사의 형식적인 측면을 통해 한국의 종합 일간지와 뉴욕타임스, 타임스, 아사히신문의 품질을 비교한 이 연구에 따르면 한국 언론의 기사는 비교 대상 언론사들에 비해 훨씬 짧았고, 신뢰할만한 취재원 수도 현격하게 적었으며, 제목에 직접 인용구를 사용한 기사도 부지기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기사 제목에 직접 인용구를 사용하는 관행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연구자들은 “기자들이 이를 문제점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동시에 “취재원의 발언을 검증하지 않은 채 보도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는 언론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인 ‘사실 확인’의 규율을 망각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니면 말고’ 식의 보도는 오래 전부터 지적되어온 우리 언론의 고질병이기도 하다. 최근 6·13 지방선거에서도 이러한 관행은 여실히 드러났다. 정책 검증은 사라지고 네거티브 공방 중계에만 치중하는 보도행태는 선거 때마다 비판받아 왔지만, 이번 선거에서 몇몇 언론은 과하다 싶을 만큼 폭로성 주장들을 싣기에 바빴고, 이에 대한 검증보다는 의혹을 확대 재생산하는데 열을 올렸다. 물론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은 필요하겠지만 그러나 만약 그 보도가 취재원에게 이용당한 결과라면, 더구나 그것이 투표라는 유권자들의 중대한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많은 전문가들은 누구나 미디어가 될 수 있는 디지털 시대에 언론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단순 사실 보도에 그쳐서는 안 되며, 그 보도의 의미와 맥락, 해석과 분석을 동시에 전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최소한의 검증 절차마저 생략된 보도를 끝도 없이 쏟아내는 언론사들에게 이러한 퀄리티 기사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대신 우리 언론에게 요구한다. 이제부터라도 보도자료든 취재원의 발언이든 일단 받아쓰는 방식의 보도는 멈추고, 철저한 검증절차를 거친 후 기사화해달라고. 가장 기본적인 책무마저 망각한 언론이 신뢰의 위기를 극복할리 만무하고, 신뢰가 무너진 언론은 더 이상 언론으로 기능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