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으로 정보 접하는 시대... '크리에이터' 도전하는 기자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은 무엇일까? 카카오톡? 네이버?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이 지난 4월 한 달간 한국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의 세대별 사용현황을 분석한 결과, 10대부터 40대까지 가장 많이 사용한 앱은 유튜브로 나타났다. 특히 10대들의 유튜브 사용량은 압도적이다. 이들은 정보도, 재미도, 유튜브에서 찾는다.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 1순위가 되고, 유명 유튜버가 인기 걸그룹 멤버와 함께 워터파크 모델로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모든 정보를 텍스트가 아닌 동영상으로 접하는 것이 익숙한 세대의 등장. 기자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전사적으로 ‘비디오 퍼스트’에 대응하는 언론사도 있지만, 대다수 언론사, 특히 신문사들은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그런 사이 미디어를 ‘읽어주는’ 쥐픽쳐스 같은 동영상 기반 미디어 스타트업들이 10~20대의 광폭 지지를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더 이상 언론사 브랜드와 바이라인 달린 기사만으로 ‘동영상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없게 됐다. 기자들이 크리에이터를 자처하며 유튜브에 뛰어들고 있는 것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반영한 필연인 셈이다.



김은하, 정진영 두 전·현직 기자가 유튜브를 시작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아주경제 연예부 기자 동기였던 두 사람은 한 영화 크리에이터 간담회에 갔다가 머리를 한 대 얻어맞는 듯한 경험을 했다. 당시 유튜브에서 활동하던 영화 크리에이터가 기자들도 만나기 힘든 인기 영화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를 인터뷰하러 홍콩에 간다는 얘기를 듣고서다. “대중이 정보에 접근하는 루트가 달라졌다”는 것을, 독자가 기자 또는 기사를 거치지 않고도 가까이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것을, 그제야 실감했다.


2016년 말, ‘김앤정 스튜디오’라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영화 리뷰 영상부터 올리기 시작했다. 이후 연예인 인터뷰 후기 등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구독자가 빠르게 늘었고, 현재 2만 명 넘는 구독자를 유지하고 있다. 동영상 조회 수는 평균 3000~4000대에서 최대 20~30만 건 이상이 나온다. 얼마 전 MCN(멀티채널네트워크) 업체 콜랩과 계약하고 관리를 받게 되면서부터는 제작 여건이나 시스템도 제법 안정을 찾았다. 정진영 기자는 현직(한국스포츠경제) 연예부 기자로 일하면서 주 1회 이상 업로드를 꾸준히 하고 있고, 최근에는 라이브 방송에 주력하면서 구독자들과 실시간 소통하고 있다. 직장 퇴사 뒤 아예 ‘유튜버’로 명함을 만든 김은하 전 기자는 “기자 시절 기사를 써도 독자 반응을 알 길이 없어 ‘소리 없는 아우성’ 같았다면, 지금은 꾸준히 봐주는 구독자가 있고 피드백이 있다는 게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김연지 CBS 기자도 ‘연지TV’를 운영하면서 기사를 쓸 때와 달리 신나는 경험들을 하고 있다. IT를 담당하는 김 기자는 ‘백문이불여일견’이라는 생각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유튜브 채널에 신제품이나 신기술 리뷰 영상 등을 올리는 중이다. 구독자 수는 2800명 정도. 수영장에서 직접 아이폰X를 수중 테스트한 영상은 3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김 기자는 “기사에도 댓글이 달리긴 하지만 금방 비슷한 기사들이 쏟아지고 며칠 지나면 사라지고 마는데, 유튜브에서는 사람들이 주로 검색해서 보기 때문에 영상 수요가 꾸준히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부족한 영상에도 잘 봤다고 댓글을 달아주고, 바로 피드백을 얻을 수 있어서 굉장히 신나서 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지난 4월 ‘엄마가 된다’는 제목의 육아채널을 추가로 개설하고 임신 확인 순간부터 초음파 영상, 입덧 극복기 등을 영상으로 전하고 있다. 김 기자는 “유튜브에서 중요한 건 꾸준함”이라며 “앞으로 두 채널을 병행하면서 육아휴직 들어가서도 쭉 운영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현 일요신문 기자도 올 초부터 ‘기자왕 김기자’라는 유튜브 채널 운영을 시작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다. 그 역시 “텍스트 기사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가 줄었다”고 느끼고 유튜브에 뛰어들었지만, 평균 조회 수가 30~40건 수준에서 맴돈다. 김 기자는 “쉽지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우선 영상 편집을 배워야 하는데, 기자들에게는 그 점이 첫 번째 난관일 것”이라며 “특히 유튜브에서는 자기만의 영역이 있어야 하는데, 그걸 찾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유튜브에서는 ‘계급장 떼고’ 경쟁해야 한다. 기자의 전문성도 광활한 유튜브 세상에선 통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는 기자로서 취재와 마감을 하면서 틈틈이 개인 시간을 쪼개어 영상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것 또한 만만치 않은 일이다. 장비 구입 등 비용 투자도 상당하다.


김은하 전 기자는 “취미로만 생각해선 안 된다. 돈과 노력이 생각보다 많이 든다”면서도 “하지만 이것이 미래라는 건 분명한 것 같다”고 밝혔다. 김연지 기자는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는 “주변에서 유튜브 하는 방법에 대해 많이 물어보는데 정작 실천하는 사람은 없어서 아쉽다”며 “더 많은 기자들이 함께 하면서 서로 피드백도 주고받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