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의회살림' 시리즈

[제333회 이달의 기자상] 중앙일보 심서현 기자 / 전문보도부문 (온라인)

‘풀뿌리 민주주의의 위기’, ‘기초의회 이대로 좋은가’, ‘유권자들의 무관심’…. 4년마다 부르던 그 노래를 또 부르긴 싫었다. 거꾸로 접근했다. 유권자 탓하지 말자. 정보를 더 주자. ‘Money Talks’ 명제를 따랐다. 기초의회 4년간 가계부를 독자에게 공개했다.


어쩌면 이것은 기자의 취재가 아니다. ‘중앙일보 기자’라서 받은 데이터가 없다. 도와주는 내부자(공무원)도 없었다. 가진 건 지방재정법에 명시된,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사용을 알’ 국민으로서의 권리뿐이다. 우직하게 전국 226곳 기초의회 예산서 보고, 정보공개 청구하고, 계약내용을 점검했다. 배여운 데이터분석가는 정보공개청구로 받은 226개 기초의장단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37만 건을 전수 조사·분석했다.


예산서는 모호했다. ‘활발한 의정교류’를 위한 1000만원 지출은 뭐고, ‘의원 체육대회용’ 1500만원 지출은 뭘 했다는 건가? 모호함을 구체적 숫자로 바꾼 건 수많은 정보공개청구와 세출목록·회의록·출장보고서 뒤지기였다. 수수께끼는 모두 풀렸다. 체육대회 비용 1500만원 전액이 의원과 담당 공무원 운동복 구입비였다. 지역 의장협회비를 유독 많이 낸 의장은 그 덕에 출장 내역에도 안 잡히는 수십 번의 추가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3년간 1438만원 어치를 사먹은 식당은 의원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이 모든 팩트를 독자 위주로 담았다. 텍스트를 줄이고 직관적으로 디자인했다. 화려한 시각효과 대신에 독자에게 자기 동네 의회의 상태를 1장으로 보여주는 구성을 택했다. 로딩에 시간이 걸리거나 기기별·브라우저별 호환에 문제가 없게 작업했다.


독자는 자발적인 공유로 답했다. 네이버·다음 같은 포털 뉴스를 전혀 거치지 않았음에도 100만 명이 넘게 봤다. 기초의회 게시판 곳곳에 “중앙일보에 나온 그 지출을 해명하라”는 글이 올라왔다. “본회의장에 3억원을 썼다기에 하도 궁금해 의회청사에 처음 가봤다”는 독자 반응도 기억에 남는다. 이점은 꼭 자랑하고 싶다. 우리 팀에는 개발자·디자이너·데이터분석가가 있다. 인턴이나 계약직이 아니다. 함께 취재한 배여운 분석가는 물론이고 원나연 개발자, 임해든 디자이너와 협업한 성과임이 뿌듯하다.


“디지털콘텐트랩? 뭐하는 팀이냐?” 라는 안팎의 질문 혹은 공격에 수시로 방어전을 치르는 김한별 팀장과 기쁨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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