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부터 '난민 혐오' 프레임 벗어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스마트폰 무장한 난민들’ ‘성범죄 위험 높다? 여성들 더 민감한 난민 루머’ ‘예멘 난민은 시작에 불과하다는데’.


조선일보가 ‘난민쇼크’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기사의 제목이다. 기사는 난민들이 스마트폰을 쓰고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들어온 점을 부각시켰다. 난민을 직접 만나고 취재했지만, 기사에 예멘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무슬림 성범죄에 대한 루머를 ‘팩트체크’ 한다는 형식을 취했지만 선정적으로 그 내용을 여과없이 보도했다. 법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난민 12만명이 몰려올 것이라며 불안감을 자극하기도 했다.


제주도에 500여명의 예멘 난민이 들어오면서 국내 ‘난민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다. 난민법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엔 67만명이 참여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보수 기독교 세력 뿐 아니라 여성들이 주로 모이는 커뮤니티나 ‘맘카페’ 등에서도 난민 반대 여론이 드세다.


난민 유입으로 인한 사회적 불안은 있을 수 있다. 난민을 대량으로 수용한 유럽 국가에선 난민이 주요한 정치·사회적 이슈로 부상했다. 하지만 100만명의 난민을 수용한 독일 등과 우리나라를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유엔난민협약에 가입한 지 26년, 난민법을 제정한 지 5년이 되는 한국은 그동안 난민 수용엔 소극적이었다. 전 세계 난민 인정률에 턱없이 못 미치는 4%대의 난민 인정률이 이를 방증한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은 경제력에 비해 한국이 분담하는 난민에 대한 책임은 0%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그런데도 67만명 이상의 국민들이 난민 반대 청원에 동참하는 것은 팽배한 ‘난민 혐오’ 정서 때문이다. 아랍 남성이 유럽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동영상이나 사진 등이 인터넷을 떠돌고 있지만, 이들 대부분은 실제 난민과는 관계없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다행히 많은 언론들이 ‘팩트체크’를 통해 난민과 관련된 가짜 뉴스들을 바로잡고 있다. 또한 제주에 온 예멘 난민들의 실제 모습과 사연, 이들을 돕는 제주도민들의 이야기 등을 전하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난민들에 대한 편견이나 반감을 증폭시킬 수 있는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 난민유입으로 불법체류자가 증가할 우려가 있고, 난민법이 ‘난민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난민 혐오가 팽배한 가운데 ‘가짜 난민’ 프레임을 강화시킬 수 있는 내용들이다.


난민은 돌아갈 나라가 없다는 점에서 소수자 가운데 소수자다.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팽배할 때 언론의 역할은 막중하다. 언론은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걷어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불안과 혐오에 기대어 국민의 우려를 증폭시킬 게 아니라 갈등을 봉합하고 통합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국제적으로 난민은 6800만여명에 이른다. 난민은 반대할 수 있는 성격의 문제를 넘어섰다. 이미 난민보호협약에 가입되어 있고, 난민법을 갖춘 국가로서 요건에 맞게 난민을 심사하고, 문제점은 없는지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내 난민제도에 대한 평가는 후하지 않다. 부족한 난민심사인력과 지나치게 오래 걸리는 난민심사기간 등이 대표적이다. 이참에 한국사회가 난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민제도를 어떻게 만들어가야할지 공론화하고 다듬어갈 기회다. 예멘 난민은 한국 사회에 ‘난민 혐오’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젖혔다. 그 상자에서 무엇이 나올지는 지금부터 만들어나가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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