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의 뉴스 제휴 및 제제 심사를 담당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이렇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적은 없었다. 뉴스제휴평가위 제2소위는 지난 13일 위원 15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포털과 제휴하지 않은 연예매체 기사를 자사 기사인 것처럼 네이버와 카카오에 송고한 조선일보에 대해 48시간 포털 노출 중단과 재평가 제재를 결정했다.
조선일보는 계열사 디지틀조선일보의 한 부서였던 ‘더 스타’를 지난해 10월 정기간행물로 등록해 별도 사이트로 운영하면서도 더 스타 기사를 조선일보 이름으로 포털에 우회 송고했다. 조선일보 기사로 둔갑해 네이버에 출고된 더 스타 기사는 올해 1월부터 7월2일까지 4890건에 달한다. 이런 ‘제3자 기사 전송’은 뉴스제휴평가위가 정한 부정행위에 해당한다.
조선일보가 포털 제재를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제수위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았다. ‘제3자 기사 전송’ 위반으로 6월 한 달 벌점만 네이버 59점, 카카오 73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조선일보는 원칙적으로 14일 노출 중단 제재를 받아야 하지만 뉴스제휴평가위는 제재수위를 낮췄다. 조선일보가 잘못을 인정하고 더 스타의 포털 전송 중단 및 정기간행물 등록 취소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뉴스제휴평가위 결정에 따라 조선일보 기사는 이달 넷째 주 이틀 동안 포털 송고가 막히고 8월에 재평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재평가에서 조선일보가 뉴스콘텐츠 제휴매체 자격을 상실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여 48시간 노출 중단으로 이번 사태는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뉴스제휴평가위는 조선일보를 제재함으로써 어떤 언론사든 기준을 위반하면 처벌 받는다는 메시지를 줬다는 점에서, 조선일보는 송고 중단을 48시간으로 막았다는 점에서 양쪽이 ‘절묘한 타협’을 한 것이라는 언론계 평가가 나온다.
조선일보의 ‘제3자 기사 전송’은 언론 보도로 그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수개월 간 반복적으로 이뤄진 부정행위를 모니터링하지 못했다니 포털의 제재 검증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뉴스제휴평가위 규정에 따르면 포털은 제휴매체 송고기사를 상시적으로 모니터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월 1회 모니터링 보고서를 제휴평가위에 제출해야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규정만 있었을 뿐이다. 중복·반복 기사 전송, 이른바 ‘어뷰징’은 알고리즘을 통해 걸러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제3자 기사 전송은 인지하기가 쉽지 않아 신고에 의존한다고 한다. 사실상 걸린 언론사만 제재 받고, 신고가 없으면 묵인되는 ‘복불복’ 시스템이다. 부정행위가 적발됐어도 ‘실수다. 고의성은 없었다’고 해명하면 정상 참작을 해줘야 할 판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물리적인 어려움만 들어 언제까지 ‘천수답 검증’을 할 셈인가. ‘제3자 기사 전송’을 저널리즘 가치를 훼손하는 부정행위로 규정한 만큼 양대 포털은 이를 차단하기 위한 근본 해법을 세워야 한다.
조선일보의 제3자 기사 전송은 포털에서 잘 팔리는 연예기사를 이용해 트래픽을 끌어올리려고 시작됐다. 마땅한 수익원을 찾기 쉽지 않은 디지털 환경이라지만 연예뉴스에 의존해 트래픽 장사를 계속해야 하는지 우려스럽다. 더욱이 조선일보 같은 유력 언론이 포털 송고 중단 일수를 줄이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모습에서 포털 앞에 작아지는 언론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포털 블랙홀에서 허우적대는 이런 기형적 구조를 언제까지 봐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