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기간 내내 괴로워…YTN 다시 일어설 것"

2년2개월 만에 현업 복귀하는 박진수 전국언론노조 YTN지부장

2년2개월여 만에 현업에 복귀하는 박진수 전국언론노조 YTN지부장이 기자협회보와 인터뷰에서 'YTN은 84일째 파업 중"이라는 문구가 쓰인 팻말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사진부터 찍을까요?” 박진수 전국언론노조 YTN지부장이 큼지막한 팻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YTN은 84일째 파업 중’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YTN지부가 최남수 전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지난 2월부터 84일간 벌인 파업 때 사용하던 것이다. 박 지부장은 팻말을 손에 쥔 채 포즈를 취했다. 그리고는 활짝 웃었다. 파업 당시엔 볼 수 없었던,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YTN의 첫 장기 파업을 이끈 그가 취재현장에 복귀한다. 지부장 취임 후 2년2개월여 만이다. 임기 2년을 채우고도 새 사장이 선임될 때까지 비대위 체제로 두 달을 더 보내서다. 지난 27일 신임 사장에 정찬형 전 tbs 대표가 내정됐다. 노조 새 집행부도 다음달 4일 들어선다. 새 사장 내정 하루 전날 노조 사무실에서 만난 박 지부장은 “임기를 연장하면서까지 일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면서도 “쉽지 않았지만 하려했던 것들을 이뤘다. 속이 후련하다”고 털어놨다.

 

노조위원장은 어려운 자리다. 박 지부장의 2년은 더욱 가파른 롤러코스터 같았다. 차명 주식 투자 의혹을 받은 이모 상무가 노조 반발로 사표를 냈고, ‘박근혜 낙하산’으로 평가받던 조준희 전 사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자진 사퇴했다. 잇따라 치러진 2차례의 사장 공모는 각종 논란으로 얼룩졌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2월 최남수 사장이 취임했지만 노사합의 파기, 노조 파업, 중도 사퇴로 이어졌다. 그 사이 노조는 계속 투쟁할 수밖에 없었다. 1인 시위, 단체 피켓팅, 집회, 농성, 단식, 사장 출근저지 투쟁, 연가투쟁, 파업까지. 그의 표현대로 “노조가 할 수 있는 건 모두”했다.

 

역사에 남을 성과도 있었다. 공정방송 투쟁을 벌이다 해직됐던 기자 3명이 지난해 8월, 9년 만에 복직했다. 앞서 그해 4월엔 주요 방송사 가운데 처음으로 노사가 보도국장 임면동의제에 합의했다. 그러나 YTN이 사장 문제 등으로 혼란에 빠지면서 임면동의제는 시행조차 되지 못했다. 박 지부장은 속상함을 드러냈다.

 

“보도국이 민주적 절차로 세워진다면 대량해고 사태는 다시 없을 거라고 확신했어요. 우리가 외쳤던 공정방송도 이룰 수 있고요. 어렵게 쟁취한 임면동의제를 차기 집행부가 시행하게 됐는데, 솔직히 아쉬운 마음도 있죠. 삼겹살 사 왔는데 당장 불판이 없어서 못 먹은 기분이랄까요? 하하하.” 자신의 ‘삼겹살 비유’에 함박웃음을 터뜨리던 박 지부장은 “새 집행부가 새 불판에서 고기를 잘 구워줄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저희는 예기치 않게 투쟁하는 집행부였지만 이제 세대·그룹·직종·직군 간 화합을 이뤄야 한다”고 당부했다.

 

내부 문제뿐 아니라 방송사 YTN이 직면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위협적인 종편과 타 보도채널, 새 사장을 맞아 변화를 꾀하는 공영방송사에 비해 뒤처진 모습이다. 박 지부장은 정찬형 내정자가 혁신과 개혁, 과거사에 대한 명확한 책임 규명으로 YTN을 바로 세우길 기대했다.

 

이제 그는 평범한 조합원으로 YTN이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지켜볼 것이다. 지부장 임기 동안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기분이었다. 늘 숨 가빴고 특히 파업했던 84일은 내내 괴로웠다. “참 버겁고 어려운 자리었지만 권준기 사무국장과 노조 전임자들, 집행부, 조합원들과 함께여서 여기까지 온 겁니다. 배운 게 많고요. 인생에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다만 현업 복귀가 걱정이에요. 감각을 잃어버려서 쓸모없는 사람이 되면 어쩌나하고요. 그래도 내 몸에 맞는 옷 입고 기자로서 새 노트를 열어야죠.”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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