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보도서 드러난 언론의 민낯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뉴시스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사망 보도는 언론의 민낯을 다시 한번 낱낱이 드러냈다. 인터넷에서는 ‘투신’, ‘자살’이라는 단어를 제목에 여과 없이 내보냈고, 방송사들의 선정성 경쟁도 극에 달했다. 사망 당시의 상황을 상세하게 묘사하거나 투신 현장을 카메라에 담는 것은 물론, 노 대표의 주검이 이송되는 장면을 생중계한 언론사도 있었다. 클릭 수 또는 시청률에만 매몰돼 있는 언론수준을 그대로 보여줬다.


이 같은 자살 보도 문제는 유명인사들의 자살이 있을 때마다 반복적으로 되풀이됐다. 지난해 샤이니 멤버 종현이 사망했을 때도 언론에서는 자살 방법과 수단을 지나치게 자세하게 묘사해 논란이 됐다. 당시 포털 네이버에서는 하루에 수천 건의 기사가 쏟아져나오면서 중앙자살예방센터가 언론에 ‘자제’를 요청할 정도였다. 자살 사건이 국민의 ‘알 권리’라는 명분을 넘어 속보 및 특종 경쟁 수단으로 번번이 다뤄지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대한민국의 자살률이 2016년 기준 10만명 당 25.6명으로 전세계에서 최상위권에 있는 것은 언론도 책임이 있다. 경쟁적인 자살 보도들은 대중이 자살에 대해 무감각하게 만들었다. 또 모방자살이라는 더 큰 문제를 낳았다. 과거 고 최진실씨 자살 이후 유사방법을 택한 자살이 크게 늘었고, 고 안재환씨 자살에 활용된 수단이 보도되자 가스중독으로 인한 사망이 급격히 증가했다.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를 언론이 부추긴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기자협회는 지난 2004년 한국자살예방협회와 ‘자살보도 윤리강령’을 제정한 뒤 2013년 보건복지부, 중앙자살예방센터 등과 이를 개정해 ‘자살보도 권고기준 2.0’을 공표했다. 자살보도가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자살보도 최소화를 비롯해 9가지 원칙을 담았으나 유명무실한 상태다. 특히 이 같은 권고기준 자체를 읽어본 적이 없는 기자들도 허다하다. 후배 기자들에게 스트레이트 기사의 ‘ABC’는 가르치더라도 가장 기본이 되는 윤리의식을 심어주는 것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기자 초년병 때 잠깐의 교육을 받았더라도 ‘조금 더 빨리’, ‘더 많이’라는 압박 속에 가장 기본이 되는 ‘기자정신’을 잃는다.


이번에 자살보도권고기준이 3.0으로 개정돼 9가지 원칙을 5가지 원칙으로 통합했다. 반드시 준수해야 할 내용들은 보다 구체적으로 담겼다. 예를 들어 기사 제목에는 자살을 의미하는 표현 대신 ‘사망’, ‘숨지다’ 등의 표현을 사용하고 구체적인 자살 방법, 도구, 장소, 동기 등을 보도하지 않도록 했다. 또 자살과 관련된 사진이나 동영상은 모방자살을 부추길 수 있으므로 유의해서 사용하도록 했다.


해당 방송이 나간 뒤 MBN과 연합뉴스TV 기자들은 성명을 통해 노 대표 사망 보도에 문제를 제기하는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더 이상은 보도 가치를 외면하고 시청률에 집착하는 행태는 금기시돼야 한다. 더욱이 지금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급속도로 기사가 전파되기에 특히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기자협회 또는 언론사 자체적으로 상시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오페라 ‘마술피리’에서 파파게노는 요정들이 부르는 노래를 듣고 목숨을 끊으려던 생각을 접었다. 여기서 유래한 게 자살률 감소를 의미하는 ‘파파게노 효과’다. 선정적인 자살보도를 줄여 자살을 예방하도록 하는 언론의 사회적 책무, 그 저널리즘의 기본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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