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에 파업을 끝내고 돌아왔을 때 MBC 뉴스는 완전히 무너진 상태였어요. ‘여기에 성이 있었구나’하는 정도? 흔적만 남아있다고 할까요. 그때부터 앵커를 포함한 보도국 수뇌부들, 기자들 모두 치열하게 살았어요. 반년동안 성의 밑돌을 깔아놓고 단단하게 기본 축조를 한 셈이죠. 그런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이제 서서히 뉴스에 변화를 줄 수 있게 된 거라고 생각합니다.”(왕종명)
MBC 뉴스데스크가 기자의 현장성과 심층 아이템을 강화하며 변화하는 모습이다. 특히 ‘마이 리틀 뉴스데스크(마리뉴)’나 ‘바로 간다’ 등 새로운 코너가 시청자와의 직접 소통에 나서며 조금씩 호평을 받고 있다. 앵커의 따끔한 일침이 담겼던 ‘클로징 멘트’가 시청자들의 의견을 소화하는 시간으로 바뀐 것도 눈에 띈다. 지난달 27일 만난 왕종명 이재은 앵커가 “어깨가 무거운 자리” “막중한 의무와 책임” 등을 거론한 이유다.
왕종명 앵커는 “잃어버린 5년, 7년 동안 조직의 인사 왜곡에 취재망 붕괴까지, 보도 기능에 브레이크를 밟고 있었다”며 “MBC 기자로서 누리던 사소한 혜택도 있었고 취재원들에게 수월하게 취재가 됐던 부분들이 있었는데, 매체 지배력이나 환경이 바뀌면서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반년의 시간을 “‘MRI’를 찍어본 시간”으로 표현했다. MBC 뉴스의 현주소를 확인하고 떠나버린 영향력과 신뢰도를 어떻게 되돌릴 수 있을지 스스로 진단하고 처방하는 시간이었단 의미다.
“고전적이고 전형적인 아이템을 깰 수 있는 타이밍이라고 생각해요.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절박함도 묻어있고요. 이른바 지상파 3사가 누리는 독과점 시대에는 일방적으로 뉴스를 생산해서 전달하고, 시청자의 선택의 폭이 없었잖아요. 지금은 1인 미디어 시대거든요. 우리가 멈춰서있던 세월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시청자가 어떤 뉴스를 원하고 소통을 원하는지 고민하는 데부터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재은 앵커는 새로운 뉴스데스크의 매력으로 ‘생동감’을 꼽았다. 헤드라인을 남녀 앵커가 대화 형식으로 진행하거나, 20~30초에 이르는 클로징멘트에 시청자의 평가를 전하는 등의 변화에 주목한 것이다. 이 앵커는 “뉴스라는 게 틀에 얽매여있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시청자들이 뽑는 뉴스를 전하는 마리뉴의 경우에는 본 뉴스에서 다루지 않았던 훈훈한 미담기사를 전하는 좋은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제가 씩씩한 캐릭터거든요. 처음에 앵커 시작할 때 선배들이 씩씩함을 절대로 죽이지 말라고 해서 뉴스할 때도 씩씩하게 하고 있어요. 왕종명 앵커가 편안하게 풀어서 설명하면, 제가 씩씩하게 그러면서도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가려고 해요. 앵커멘트도 듣기 쉽고 이해하기 쉽게 편안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이재은)
앵커가 쉽고 편안한 뉴스를 지향하는 건 시청자와의 ‘소통’과 맞닿아있다. 기자들은 보는 이들이 이미 알고 있다는 전제 하에 설명을 생략하고 뉴스를 전하는 함정에 빠지기 쉽다. 시청자들이 뉴스를 어려워하고 외면하는 이유다. 왕 앵커는 “스스로에게 설명하듯이 뉴스를 진행하려고 한다”며 “‘저 사람이 하는 말은 믿을 만하다’ ‘저 사람이 하는 말은 좀 쉽다’ ‘왜곡돼있지 않는 것 같다’는 인식이 자리를 잡아갔음 좋겠다”고 말했다.
“저를 비롯한 MBC 구성원 전체가 가장 바라는건 ‘신뢰’일 겁니다. 굳이 뉴스를 보지 않더라도 ‘MBC에서 했는데’라는 말이 나왔으면 좋겠어요.”(왕종명)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다루고, 그 사람들을 위해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뉴스를 하고 싶어요. 보도국 구성원들 모두가 책임감 있게 열심히 하고 있으니 그 진심이 머지않아 시청자들에 통할 거라 생각합니다.”(이재은)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