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land-a utopia for journal ists’(핀란드-언론인들의 유토피아)
보스니아 프리랜서 언론인 리디야 피스케가 2년 전 ‘메디아센타르(Mediacentar)’ 온라인에 쓴 글의 제목이다. 직전 3년간 언론 자유 침해와 관련해 보고된 사건이 ‘고작’ 2건에 불과했다는 게 그 이유였다(그에 따르면 같은 기간 영국은 50건, 이탈리아는 100건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보고됐다). 실제로 핀란드는 국경없는기자회가 매년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에서 2010년부터 6년 연속 1위를 차지했고, 프리덤하우스가 발표한 ‘2018 세계자유보고서’에서도 노르웨이, 스웨덴 등과 함께 1위에 오른 ‘언론 자유 청정 국가’다. 프리덤하우스는 “(핀란드에서) 부패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며 언론과 종교, 연합의 자유가 존중된다”고 평가했다.
핀란드 언론 자유는 역시 언론 자유 ‘우등생’인 스웨덴과 역사적 궤를 같이 한다. 스웨덴 왕국 통치 하에 있던 1766년 세계 최초의 언론 자유법이 제정되면서 출판의 자유와 함께 투명한 정보 공개의 전통이 만들어졌고, 이후 러시아 식민지를 거치며 위기를 겪었으나 1917년 독립 후 제정된 헌법과 언론자유법까지 그 정신은 이어졌다. 2000년 개정 발효된 헌법에서도 ‘표현의 자유와 정보접근권’은 거듭 강조되는데 언론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공공 문서와 기록에 대한 접근권을 가진다는 게 핵심이다. 이에 따르면 모든 공식 문서는 “따로 명시하지 않는 한” 공개되는 것으로 간주된다. 만약 정부기관이 정보 공개를 거부할 경우 기자나 시민들은 고소를 할 수 있고, 그런 경우 대부분 정부가 패소한다.
이처럼 투명한 정보 공개는 국가 시스템에 대한 대중의 신뢰로 이어진다. 국제투명성기구가 조사하는 국가청렴도지수(CPI) 순위에서 핀란드가 늘 상위권에 오르는 비결이 여기 있다.
이 같은 사회 체제나 정보에 대한 높은 수요는 높은 신문 열독률로 연결된다. 핀란드는 인구 550만의 작은 나라지만, 신문 소비 측면에선 일본, 노르웨이 등과 함께 세계 상위권이다. 33개의 일간지를 포함해 200여개의 유료 간행물이 발행되며, 지역 신문의 위상도 높은 편이다.
핀란드 역시 전반적으로 종이신문 구독자 수가 줄어들거나 답보 상태고, 디지털 독자 확대와 수익 창출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다. 하지만 네이버 같은 독점적인 포털이 없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전통 미디어의 웹사이트나 무료 앱을 통해 뉴스를 이용한다. 상업화와 국제화의 여파로 핀란드의 미디어 역시 많은 변화가 예상되지만, 우리에 비하면 핀란드의 언론 환경은 훨씬 덜 경쟁적이고 덜 소모적이다.
그런 핀란드에서도 최근 1~2년 사이 언론 자유를 위협하는 사건들이 잇따라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2016년엔 유하 시삘라 총리가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을 보도한 공영방송 Yle에 대해 압력을 가했다는 논란이 있었고, 지난해 12월엔 핀란드 최대 일간지 헬싱긴 사노맛(Helsingin Sanomat) 기자가 핀란드 군사 정보 기관의 대 러시아 정보 수집 기밀 시설을 보도했다가 가택 수색과 휴대전화 압수수색 등을 당했다. 또 2016년 4월엔 원전 건설 반대 시위 현장을 촬영하던 기자가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배경에서 핀란드의 언론자유지수는 2017년부터 2년 연속 하락했다.
핀란드 언론노조(UJF)에서 국제 업무를 담당하는 유하 레꼴라는 “소셜미디어가 많은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지만, 혐오표현과 허위정보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면서 “이에 대응하는 당국은 표현의 자유와 사생활이 충돌하는 상황에 직면했고, 언론에 대한 신뢰는 위험에 처해 있으며, 보도 윤리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핀란드=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