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바라기하는, 심장을 두드리는 원초적 행복"

반려견 '김새봄' 키우는 이재숙 KBS 기자

이재숙 KBS 기자가 반려견 ‘김새봄’, ‘김방울’과 함께 찍은 사진. 이 기자가 안고 있는 개가 김새봄, 갈색빛의 개가 몇 년 전 무지개다리를 건넌 김방울이다. 우리집 ‘개자식’ 김새봄군을 만난 지 어언 12년이다. 봄이 막 열리는 계절에 만나 새봄이란 이름을 지어줬고 남편 성을 물려줬다. 이제 14살이고 사람 나이로 치면 80세 가량 되었으니 새봄이와 함께 부대끼며 산 세월이 참 오래도 되었다.


시절인연, 인연 있는 존재는 무릇 때가 되면 만난다고 했던가. 추적추적 봄비 내리던 일요일 아침. 또 다른 ‘개자식’ 김방울양과 산책하던 나는 나무 둥치에 묶인 채 비를 쫄딱 맞고 있던 그 놈과 맞닥뜨렸다.


나를 잡아끌 정도의 인물은 아니었지만, 그 놈의 분노, 절규, 애원에 찬 눈빛과 적극적 구애, 그리고 ‘얘를 두고 가면 벌 받을 거야’라는 죄책감에 나는 굴복하고 말았다. 그렇게 시절인연이 딱 맞아떨어진 것이다.


두 ‘개자식’들 조합의 완성으로 드디어 나의 행복한 시대가 시작되었다. 간과한 게 하나 있었는데, 고난의 문 역시 내 앞에 활짝 열렸다는 것이다. 나만 바라기 하는 두 녀석이 주는 행복은 심장을 두드리는 원초적인 것이다. 1년 365일을 그런 행복 속에 산다고 생각해보라.


삶에 플러스가 있으면 마이너스도 있는 법. 집안은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없는 절간이 되었고 휴가 따위는 잃어버린 지 오래 되었다. 잠자리 양 옆이 ‘개자식’들 차지가 된 것은 남편에겐 안 된 일이다.


다사다난했다. 시절인연이 다한 방울이는 몇 년 전 먼저 떠나버리고 이제 새봄이만 남았다. 나도 늙어가고 새봄이도 늙어간다. 먼저 간 강아지는 천국에서 주인을 기다린다고 하는데, 방울이는 한참 더 기다려야 될 듯싶다. 새봄이가 요즘 나이를 거꾸로 먹는지 회춘의 기미가 보이고 나도 100살은 꽉 채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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