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다시 찾은 너는 내 운명"

고양이 '크리' 키우는 김성준 대전일보 기자

김성준 대전일보 기자는 길고양이 세 마리를 키운다. 사진은 충남 금산에서 다시 찾은 ‘크리’의 모습.


크리를 만난 건 지난해 12월이었다. 겨울밤 귀갓길에 서너 번 추억을 불러냈을 즈음 흔한 길고양이 한 마리와 맞닥뜨렸다.


녀석은 도망가지 않고 가만히 나를 올려다봤다. 가냘파 보이는 얼굴이 명멸하는 가로등 빛에 어른거렸다. 속이 허해 보여 집으로 데려가 사료를 줬더니 금세 한 그릇을 비워냈다. 집에는 이미 고양이 두 마리가 살고 있어서 녀석까지 거둘 수는 없었다.


아쉬운 대로 사료를 조금 챙겨서 녀석을 원래 있던 곳에 도로 데려다 놨다. 돌아서는데 녀석이 따라왔다. 골목에서 낯선 사람이 보이면 몸을 숨겼다가 지나가면 다시 나와서 부지런히 쫓아왔다. 처음 만난 고양이와 달밤에 산책이라니... 기묘한 동행 끝에 결국 집까지 함께 갔다.


그날 밤 녀석을 거두어 충남 금산에 사는 지인의 집으로 보냈다. 지인은 마당에 고양이 한 마리를 기르고 있어서 녀석이 잘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오산이었다. 녀석을 마당에 풀어놓자마자, 원래 살던 고양이가 공격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영역을 침범 당했다고 여긴 탓이다. 녀석은 속수무책으로 당하다가 줄행랑쳤고 어둠속으로 홀연히 사라졌다. 지인에게서 전화로 일련의 과정을 전해 들으며 허망한 감정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그날부터 밤마다 악몽을 꿨다. 녀석을 타향에서 객사할지 모를 상황에 처하게 만든 자책감 때문이었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고 토요일 아침에 금산으로 향했다.


일단 녀석이 도망간 방향에 위치한 찜질방부터 수색을 시작했는데 웬걸, 찜질방 입구에서 태평하게 과자를 먹고 있는 게 아닌가. 설마 진짜 찾게 될 줄이야, 이런 게 운명이구나 싶었다. 그길로 녀석을 차에 태워 집으로 향했다. 다음날이 크리스마스이브여서 녀석에게 ‘크리’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다가온 크리는 그렇게 우리 가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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