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 눈곱 떼주면 얼마나 보송보송하게?"

강아지 '춘복이' 고양이 '춘냥이' 키우는 이선명 경향신문 기자

이선명 경향신문 기자가 키우는 반려견 ‘춘복이’와 반려묘 ‘춘냥이’. 이 기자는 3년 전 유기견인 춘복이를 만나 함께 살고 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밤, 검은 물체가 나를 향해 뛰어왔다. 멧돼지로 직감하고 방어 자세를 취할 무렵, 가로등 아래 드러난 ‘그것’의 정체는 바로 꼬리를 흔드는 비글이었다. 가만 두면 ‘로드킬’되거나 유기동물센터로 끌려 갈 것이 뻔했다. ‘보호자를 찾아 주기 전까지만 보호하고 있자’는 것이 어느덧 3년이 지났다.


반려견이 외로워하니 반려묘를 하나 들이는 게 어떻겠냐는 권유를 받고 사정이 생겨 고양이를 못 키우게 된 지인에게서 받은 고양이까지 들였다. 모두들 봄에 만난 인연이니 ‘춘복이’와 ‘춘냥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아침이 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이 녀석들의 눈곱을 떼는 일이다. 틈날 때마다 눈곱을 뗀다. 양 엄지로 눈물샘 쪽에 낀 눈곱을 긁어 없애면 그렇게 보송보송하게 보일 수가 없다. 물론 녀석들은 눈곱 떼는 일을 썩 좋아하지는 않는다. 눈곱을 떼다 문뜩 드는 생각이 있다. 어렸을 적 어머니와 할머니가 매번 나의 눈곱을 떼 줬던 기억이다.


나 역시 어머니가 눈곱을 떼 줄 때마다 싫어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눈곱을 뗀다는 것은 관심의 표현이고 애정의 표현이다. 눈곱이 없는 눈은 누군가의 사랑을 받고 있는 증거다. 매번 눈청소를 당했던 나는 어느덧 눈곱을 떼 주는 이가 됐다. 눈곱을 떼 주는 법은 모두 이 녀석들에게서 배웠다. 항상 눈곱이 없는 깨끗한 눈망울로 살아가게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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