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지율 뉴스와 민주주의 훼손

[언론 다시보기] 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여론조사회사는 특정 사안들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리얼미터는 <8월 3주차 주중동향>(2018. 8. 16)에서 경제 및 복지정책의 실패, 집권여당의 특활비’ 폐지에 관한 모호한 태도 및 당대표 후보들의 네거티브 전략,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대한 무죄 판결에 따른 정부·여당에 대한 불신감 상승이 지지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그런데 조사회사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사이트에 업로드한 설문지에는 이러한 요인들을 묻지도 않아 긍정적 혹은 부정적 영향력을 측정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언론은 조사회사의 설명에 대해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않은 채 보도자료의 내용을 그대로 받아썼다.  


한 대목(“‘지지율 하락’보도가 급증하면서 ‘편승효과가 나타나”)은 구체적인 설명이 없어 이해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언론학자의 입장에서 다음과 같이 유추해 본다. 디지털미디어 환경에서 언론이 여론에 미치는 영향력은 아날로그미디어 환경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작동한다.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등장이 뉴스 유통 및 소비 방식을 변화시켰고 이는 뉴스 가치판단 기준과 기사작성 방식에 영향을 줬다. 가령, 언론은 대통령의 지지율에 지나치게 높은 뉴스가치를 부여한다. 수많은 인터넷 매체는 조사회사의 보도자료와 이를 요약정리한 통신사 뉴스를 그대로 베끼고, 획일적인 내용의 기사들은 어떠한 검증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 포털과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확산된다. 이후 ‘대통령지지율 하락’이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랭크되면 온라인 매체들은 검색어와 검색어 관련 정보를 활용해 지지율 하락 관련 뉴스를 또 다시 만들어 낸다.


언론은 대통령 지지율 조사 결과를 하나의 독립된 정치적 사건으로 간주한다. 언론의 이러한 태도가 인터넷 이용자로 하여금 지지율 하락에 편승하도록 부추긴다고 주장해도 지나치지 않다.


더욱 심각한 것은 유권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정치적·사회적·경제적 사안들이 불거질 때 마다 앞서 설명한 지지율 하락처럼 동일한 뉴스 생산 과정이 반복된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저널리즘 문화가 됐다.


시민들이 뉴스를 통해 이슈의 중요성과 여론을 지각하는 만큼 언론이 의제를 선별하고 묘사하는 방식은 대통령지지율에 영향을 준다. 다양한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등장 이후 기존의 객관주의 저널리즘으로 수익을 만들어낼 수 없다고 판단한 뉴스매체들은 틈새시장을 노려 더 진보적인 혹은 더 보수적인 논조를 띠게 된다. 신문과 방송을 소유한 언론기업이 매체별로 상이한 논조의 뉴스를 생산하기도 한다(예, 중앙일보와 JTBC).


‘편향의 사일로’(Shapiro & Jacobs, 2011)에 갇힌 다양한 개별 매체들이 대통령 지지율을 다루는 방식은 사회적 갈등을 실제보다 더 증폭시키고 뉴스 수용자를 더 혼란스럽게 만든다. 언론이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셈이다.

맨 위로